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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뷰] 영화 한 편의 힘… 부산 국제시장 가봤다

이념갈등 떠나 국제시장 활성화 위한 꾸준한 방안 모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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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최정숙기자 |  2015.01.19 17:22:05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배급 CJ엔터테인먼트)’의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 개봉 28일 만인 지난 13일 ‘1000만 영화’에 등극한 데 이어 19일 공개된 바에 따르면 개봉 5주째 주말 박스오피스에서도 1위를 지키는 등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사실 영화 국제시장이 처음 개봉했을 때 일부 평론가들은 ‘박정희 정권 미화’,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 ‘한국의 극우논리와 상승작용을 이룬 일종의 선동영화’ 등으로 힐난했다. 그러면서 예기치 못한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아들 고윤 씨가 출연한 영화로 보러 갔다는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은 관람 후 “보수의 영화라는 식의 정치적 해석을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으면서 영화를 맹비난하던 이들도 점차 줄어들었다.

영화는 이후 정치적 논란보다 세대 간 소통과 경제적 효과로 초점이 옮겨졌다. 영화 흥행의 열기에 힘입어 부산시(시장 서병수)에서는 6·25 한국전쟁 피란민들의 스토리텔링화를 위해 국제시장, UN기념공원 명소화 등 관광상품 개발에 나서며 경제활성화에 착수했다. 

영화 속 배경이 된 부산 국제시장에서는 영화 속 열기를 얼마나 체험하고 있을까. 한편의 영화로 경제적 효과가 크게 기대되는 국제시장을 찾았다.

◇ “영화요? 올리지도 내리지도 말고 보면 됩니다.”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 돌파를 코앞에 둔 11일. 남포동 부산국제영화(BIFF) 거리를 지나니 영화 국제시장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덕분에 시장 입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입구에서 한 상인에게 ‘꽃분이네’를 물어보니 망설임 없이 금방 알려줬다. 이미 많은 사람이 묻고 지나간 분위기였다.

물어물어 도착한 꽃분이네 가게 앞. 많은 관광객들이 즐거운 표정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여가 꽃분이네가.” “영화 촬영한 장소네.” 가게 양 옆 바닥에는 ‘포토존’이라고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관광객들은 신기한 듯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꽃분이네에서 물건을 팔고 있는 상인은 “포토존에서 찍으셔야 사진이 더 잘 나옵니다”라며 관광객들이 가게 앞이 아닌 옆쪽에 서 줄 것을 연신 요청했다.

꽃분이네 앞은 문전성시였다. 서 있기도 힘들어서 나중에 다시 오기로 했다. 깡통시장으로 불리는 부평시장을 지나 자갈치시장으로 향했다.

지나오는 동안 남포동 일대 재래시장의 관광객들이 꽤 많아졌다는 생각을 했다. 2012년 12월, 기자가 남포동을 방문했을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였다.

영화 국제시장의 영향으로 관광객들이 실제 늘어났다고 한다. 부산시가 최근 밝힌 바에 따르면 영화 개봉 후 KTX이용승객은 전년동기(12월17일~1월4일) 대비 11만 명이 증가했다.

자갈치시장에도 관광객들이 북적였다. 한 곳에 자리 잡고 앉아있으니 옆 테이블에서 중년 남성 세 명이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얘긴지 궁금했다. 양해를 구한 뒤 어떤 얘기 중이었는지 물어봤다.

이들 중 한 명은 영화를 봤고 다른 두 명은 곧 볼 거라고 말했다. 영화를 봤다는 남성은 “굉장히 감명 깊게 봤어요. 흥남부두 철수 장면에서 정말 감동 받았어요. 우리나라가 힘이 없을 때 아닙니까.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 지휘관에게 영어로 피란민들을 살려 달라고 했어요. 그 때 무기를 배에서 내려놓고 그 사람들 다 데리고 와서 국제시장에 정착한 거죠”라고 말했다.   

이 남성이 언급한 부분은 1950년 6월25일 발발한 한국전쟁 때 흥남철수 장면이다. 당시 중공군(중국공산당)에게 쫓기던 피란민들은 부두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미국 상선인 메레디스 빅토리(Meredith Victory)호에는 이들을 태울 자리가 없었다.

이 때 1군단장인 김백일 장군과 군사고문관 통역요원이었던 현봉학 박사는 미10군 단장인 알몬드 장군 등을 설득해 흥남부두로 몰려든 피란민들을 탈출시키는 공을 세운다.

군 관계자들은 화물선이었던 빅토리호에 적재돼 있던 무기를 버리고 1만4000명의 피란민을 태웠다. 이는 최다 인명 구출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그렇게 탈출한 피란민들의 상당수는 국제시장에 정착했다.

이 남성은 또 영화에 대한 혹평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그냥 그 당시를 보여준 것 뿐”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아들인 덕수에게 ‘내가 없으면 네가 앞으로 이 집의 가장’이라고 말합니다. 미국에 입양 간 동생을 찾았을 때는 사람들이 다 울었습니다. 이 영화는 당시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겁니다. 옛날엔 그렇게 살았습니다. 영화는 올리지도 내리지도 말고 그냥 그렇게 보면 됩니다.”
◇ 상인들 반색… 국제시장 활성화 위한 꾸준한 방안 모색 필요

12일에 다시 방문한 ‘꽃분이네’ 앞은 여전히 복잡했다. 하지만 평일이다 보니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다. 전날 문을 닫았던 꽃분이네 앞집인 커튼가게는 이날 문을 열고 장사를 하고 있었다.

꽃분이네는 손수건, 열쇠고리 같은 물건을 팔고 있었다. 꽃분이네에서 국제시장 글씨가 적혀 있는 손수건을 몇 개 구입하며 상인에게 말을 건넸다. “가게 앞이 복잡하네요.”

그러자 상인은 “좀 복잡하죠. 주말엔 더 사람이 많아요.” 상인은 말을 하는 중간중간 전날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에 향해 “거기서 찍으면 안 나와요. 포토존에서 찍어야 더 잘 나와요. 손님, 남의 집 막으시면 안 됩니다”라고 외쳤다.

“계속 얘기하시네요?” “네. 다른 가게 피해 주면 안 되니까요. 손님들이 많이 늘어나긴 했죠. 주말에는 관광객까지 몰려서 더 많아요. 그런데 물건을 한두 개씩이라도 사 주면 좋겠는데 사진만 찍고 가시니까(웃음).”

인터넷에는 다른 가게 상인들이 화를 내는 등 항의가 심하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날 앞집인 커튼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남성은 인상을 쓰거나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사람 많은 것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꽃분이네에서 나온 뒤 국제시장 골목을 거닐다 수세미 가게 앞에 멈춰 섰다. 이내 중년 여성으로 보이는 상인이 “직접 손으로 짜서 만든 수세미 보세요. 유리 닦고 과일 닦을 때 참 좋아요”라며 물건 구입을 권유했다.

수세미를 구입한 뒤 말을 걸었다. “요즘 영화 뜨면서 손님 많아졌나요?” 상인은 곧바로 “그럼예~ 토요일은 바글바글해요”라며 웃었다. 

다시 물었다. “사람이 많아지면서 불평하는 분들도 있다던데요.” 그러자 이 상인은 되물었다. “누가요? 그렇지 않아요. 손님들이 꽃분이네 위치를 많이 물어봐서 하루종일 대답하려면 목이 아프긴 해요. 그래도 장사하는데 가르쳐 줘야죠. 조금 복잡하니까 말이 많을 수도 있죠. 그건 괜찮아요. 전체적으로 손님도 많아졌고요. 안 좋게 보는 건 그 사람 편견이라예~ 우린 안 그래요.”

일부의 부정적인 시각도 있었지만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은 ‘부정’보다 ‘긍정’의 효과가 더 큰 것은 확실해 보였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날 CNB와 대화에서 “이번이 부산을 알리고 부산의 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통해 진짜 국제시장이 뜨고 있으니까 이 열기를 식히지 않도록 후속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틀간 돌아본 국제시장은 ‘정(情)’이 많은 곳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의 흥행으로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여유도 느껴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곳에서 파는 가방, 의류 등 잡화를 현대화에 맞출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먹을거리를 파는 바로 옆 국제영화거리나 자갈치시장과의 차별화도 필요해 보였다.

박근혜 정부는 문화융성을 국정 기조로 내걸었다. 문화를 통한 경제부흥 시도는 현 정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부산 국제시장의 활성화가 영화 흥행으로 인한 반짝 효과에 그치지 않으려면 정부와 국회가 재래시장 지원법안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CNB=최정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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