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공론화되고 있는 어린이집 CCTV 의무화와 관련, 여야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새누리당은 CCTV 설치에 대해 지도부와 소속 의원이 한 목소리로 적극 추진을 주장하는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찬성하는 지도부와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소속 의원 사이에 엇박자가 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16일 강서구 내발산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간담회를 연 데 이어 18일 제주 전기자동차 사업단지를 시찰한 뒤 기자들에게 “교사들의 인권문제와 결부돼 결정을 못 하고 있었지만 CCTV는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CCTV를 넘어 집에서 부모가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해 어린이집에 있는 자녀의 상태를 볼 수 있는 IP CCTV까지 거론하며 CCTV 설치 의무화 추진을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와 새정치연합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도 CCTV 설치에 적극 나세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치권의 이 같은 반응이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CCTV 설치 의무화의 경우 이미 지난 10년간 4차례 추진됐지만 번번이 폐기되거나 상임위에 계류 상태다.
19일 영등포구에 위치한 어린이집을 방문하는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지난 2005년 CCTV를 설치하는 내용의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상임위인 여성가족위 일부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제시하면서 결국 폐기됐다.
2012년 10월에는 새정치연합 안민석 의원, 2013년 3월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 지난해 4월 홍지만 의원이 각각 같은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지만 한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해당 법안 발의와 관련, 보육업계는 물론 인권관련 시민단체가 강력 반발해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는 후문도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어 특정단체가 낙선운동이라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법안 발의를 철회하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단적인 예가 2013년 어린이집 담당공무원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을 공동발의했다가 관련단체들의 항의로 철회한 일부 의원들의 경우가 그렇다.
여야 지도부는 이번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산 것을 감안해 반드시 입법화를 이뤄내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새정치연합 아동학대근절 TF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보육교사들의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우려해 CCTV 의무화에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 이번 법안 통과가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