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중도 유적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역사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학술회의가 7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현재 춘천 중도는 레고랜드 코리아 조성사업 부지로 공사 중이다. 하지만 문화재 발굴조사 결과 신석기 및 청동기 문화유적이 다량 출토되면서 보존 여론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춘천 중도(中島)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전국민족단체협의회 장영주 공동대표와 새누리당 이명수 국회의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춘천 중도 고조선 유적지 레고랜드 개발이냐, 고조선유적지 보존이냐'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장영주 공동대표는 개회사를 통해 "우리는 120년 전 을미년에 국모를 잃었다. 현재 우리는 국조를 잃을 것이냐 찾을 것이냐 기로에 서 있다"고 중도 유적지에 대해 평가한 뒤 "국조에 대한 유물이 대한민국 땅에서 발굴되었는데, 현재 비닐봉지에 쓰레기처럼 벌판에 얹어놓았다. 오늘 학술회의를 통해 다시 홍익으로 가득찬 옛 조선의 큰 뜻을 되살리는 힘찬 일의 출발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수 국회의원은 축사에서 "중도가 상생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알고 있었으나 그렇지 않다고 해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사업이 시작됐으나 보존이 중요하다면 현장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된 것이다. 내부적으로 역사를 왜곡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중도를 잘 지키고 가꿔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밝혔다.
이어 열린 학술회의에서 첫 번째 주제발표는 '춘천 중도 유적의 승인현황 및 보존대책'에 대해 문화재청 김계식 발굴제도과장의 발표가 마련됐다.
김계식 과장은 "2012년 7월 시굴결과에 따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유구가 노출된 지역과 건물 등 시설물이 들어설 지역을 중심으로 전면 발굴을 실시토록 했다"면서 "레고랜드 부지 발굴유적에 대한 보존조치로 환호와 주거지는 복토보존하고 유적의 성격을 살리는 활용방안을 레고랜드 설계에 반영토록 했다"면서 "발굴유적은 훼손되거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유구와 유물은 국민들이 체험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형구 동양고고학연구소장 겸 선문대 석좌교수는 '춘천 중도 유적의 고고학 성과와 역사적 의의'에 대한 주제발표에서 "중도에 6000~7000명의 주민이 거주한 대단위 취락이다. 인구밀도가 많은 인구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국가 단계의 첫째 덕목"이라고 평가하고 "특히 환호는 고대의 궁성을 보는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중도유적은 고조선시대의 정치 중심지로 추정된다. 이는 고조선의 또 하나의 실체일 수 있다"면서 "중도유적 전체를 보존해서 영원히 보존하고 구체적으로 조사연구해서 고조선시대의 역사를 복원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제3주제는 춘천지역 역사 문화 발전을 위해 꾸준한 활동을 전개해 온 정재경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전문위원이 '한국역사에서 춘천 중도 고조선유적지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정재경 전문위원은 "예맥은 고조선의 핵심민족으로서 그 유민들이 우두벌에 정착해 고조선을 재건한 성지가 바로 맥국이고, 맥국은 고조선과 삼국의 맥을 이어주는 고리"라면서 "춘천은 선사유적의 보고로서 한강변에서 지금까지 거의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는 유적으로 신석기·청동기·철기시대의 문화를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지역이 춘천 중도"라고 강조하고 "문화재청은 전문적인 책임을 관련 학계에서도 충분한 학술토의를 공개적으로 개최해서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마지막 주제발표는 중국 요하문명에 깊은 관심을 보여왔던 우실하 항공대 교수 겸 중국 적봉대 홍산문화연구원 방문교수의 '중국 요하문명 지역 고대 유적지 보존사례 및 역사의식'을 주제로 마련됐다.
우실하 교수는 "중국 요하지역의 신석기, 청동기 유적을 중국이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지, 그리고 유적을 활용해 일상생활 속에서 역사의식을 어떻게 고취시키고 있는지, 유적의 원형보존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발표한다"면서 "춘천 중도의 대규모 고대 유적군은 그 자체로 좋은 역사교육의 장이며 질적, 양적 모든 면에서 앞으로 다시 발견되기 어려운 대규모 유적"이라고 평가하고 "춘천 중도는 단순한 놀이공원을 위한 레고랜드 건설이 아니라 고조선랜드, 역사문화공원을 만들 자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술회의에 이어 최정필 세종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종합토론이 마련됐다.
이기환 경향신문 논설위원은 "중도는 국립박물관의 집 자리 발굴 이후 건드리면 터질 수 있는 유적의 화약고처럼 인식되는 곳이다. 강원도 지역에서 고인돌이 이처럼 무더기로 발굴 된 것은 처음으로 둥근 바닥 바리 모양토기와 덧띠새김무늬토기가 확인됐다. 유적의 최고最古 연대가 기원전 14세기에서 12세기에 이르는 초기 청동기시대임을 알려주는 지표유물들"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중도유적의 체계적인 복원이 이뤄진다면 중도는 전 세계적인 선사유적공원으로 발돋움하게 될 것이며 춘천은 선사유적공원과 레고랜드 테마파크라는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두 개의 뛰어난 관광자원을 가진 경쟁력 있는 관광도시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며 "춘천시는 오늘의 시점이 아닌 200년, 300년 뒤 훗날 춘천시민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중도는 춘천 시민들만의 문화유산이 아닌 우리 국민 전체의 문화유산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오동철 춘천역사문화연구회 사무국장은 "문화재청 매장문화재분과위원회 13차 회의록을 보면, 중도에서 대규모의 유적과 유물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은 유적 보존을 완벽하게 담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건부 승인을 통해 개발가능성의 길을 열어줬다"면서 "춘천지역 경제 활성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면 투명한 행정을 기반으로 시민의 동의를 전제로 추진되어야 한다. 국가의 백년대계이며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역사 유산을 파괴하지 않는 현명한 개발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한편 춘천 중도 유적은 레고랜드 테마파크 건설과 관련해 2013년과 2014년 상반기에 걸친 1차 발굴조사에서는 고인돌 101基와 주거지 917基가 조사됐고 공방지工房址와 방어용 환호시설 등을 비롯해 비파형동검, 청동도끼 등 청동기류, 돌대문토기, 무문토기, 타날문토기 등 약1400여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이날 학술회의를 마련한 춘천 중도(中島) 고조선 유적지 보존 및 개발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014년 12월 23일 세종문회관에서 국학원과 한민족사연구회, ㈔현정회 등 150여 개 역사·민족·시민단체 등과 함께 중도 고조선유적지 보존 및 개발 저지를 위해 결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