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부기자 | 2014.12.30 18:06:24
극단 산울림은 개관 30주년을 맞아 소극장 산울림에서 '2015년 산울림 고전극장' 네편을 공연한다.
2013년 1월 첫 문을 연 '산울림 고전극장'은 현재 대학로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단체들과 만들어가는 산울림의 첫 레퍼토리 기획 프로그램이다.
2015년 산울림 고전극장 4개의 작품은 젊은 예술가의 초상(1.7~18), 모파상 단편선(1.23~2.1), 페스트(2.4~2.15), 더 정글북(2.21~3.4) 등이다. 공연은 평일 8시, 토요일은 3시와 7시, 일요일은 3시로 러닝타임은 100분 내외다. 프로듀서는 임수진 산울림 극장장, 제작은 극단 청년단, 양손 프로젝트,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극단 여행자 등이 참여했다.
산울림 관계자는 "이번 공연이 수준 높은 고전 작품들을 젊고 열정 있는 예술가들의 참신하고 다양한 언어로 좀 더 쉽고, 보다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서 만나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라며 "산울림 고전극장은 매년 1월, 30년 전통의 산울림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다양한 예술이 결합하여 새로운 예술로 창조되는 요즘, 문학과 연극의 만남으로 한국연극의 수준을 한껏 높이는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작품인 '젊은 예술가의 초상'은 20세기 모더니즘 문학의 중심 제임스 조이스 (James Aloysuis Joyce)와 독특한 감성과 섬세한 무대의 스탭 프로덕션 극단 청년단이 만나 제작한 작품으로 연출은 민새롬, 각색은 조영, 출연은 김형준, 이정미, 박수진, 윤정욱, 고홍진 등이다.
작가인 제임스 조이스 (James Aloysuis Joyce)는 1882년 아일랜드 더블린 더블린에서 태어나 아일랜드 국립대학교에 입학하여 문학사를 공부했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아일랜드 문예부흥운동을 국수주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라 여기고 1904년 더블린을 떠나 유럽 대륙으로 가서 영어 교사로 생활했다. 이 때 쓴 단편들을 묶은 것이 처녀작 [더블린 사람들]이다. 당시의 문학 전통에 반기를 든 이 소설은 출판사와 마찰을 빚으며 번번이 출간에 실패하다가 탈고한 지 10년 만인 1914년에 출간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스위스 취리히에 정착했고 헌신적인 후원자 에즈라 파운드, 예이츠 등의 주선으로 영국 왕실의 창작 지원비를 받아 집필에 매진했다. 이후 소설 [젊은 예술가의 초상], [율리시스], [피네건의 발생] 등 20세기 문학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들을 발표했다.
이 작품의 시놉시스는 스티븐이라는 한 소년이 성장하면서 변증법적 자아형성을 거쳐 종교, 민족주의, 지적 편력 등의 담론의 그물에서 벗어나 예술가로써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이야기다.
두 번째 작품인 모파상 단편선은 서구 근대 단편소설을 꽃피운 대표적 작가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 단편소설 무대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양손프로젝트와 만난 작품이다. 연출은 박지혜, 각색은 양손프로젝트, 드라마터그에 손상규, 출연에 양조아, 양종욱이다.
작가인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은 서구 근대 단편소설을 꽃피운 대표적인 작가로 평가받는다. 인간성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과 성찰을 담고 있는 탁월한 문학성과 기법은 영미권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10년 남짓한 창작기간동안 장편소설 6편과 단편소설 300여 편을 남기면서, 문학사에서 중요한 단편소설 작가로 꼽히게 된다.
모파상은 근대 단편소설의 창시자로 평가받고 있으며, 300여편에 달하는 단편소설을 통하여 삶의 다양한 면을 그려내고 있다. 이 안에 담겨 있는 개인과 개인, 개인과 사회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아이러니에 주목하고, 공통된 주제의식으로 묶을 수 있는 단편들을 선별하여 하나의 공연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리고 기존의 단편선을 창작하면서 테마로 삼은 ‘소설을 무대화 하는 과정에서 발견할 수 있는 연극성’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나가는 동시에 이를 통해 발견한 연극문법과 연기술을 발전시키고자 한다.
세 번째 작품인 페스트는 우리 시대 인간의 정의를 탁월한 통찰과 진지함으로 밝힌 작가 알베르 까뮈(Albert Camus), 가장 의미 있는 이야기를 가장 재미있게 하는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과 만나 제작된 작품이다. 연출은 오세혁, 각색은 김향희, 제작 및 출연에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 단원들이 참여했다.
알베르 까뮈(Albert Camus)는 프랑스의 소설가이자 극작가로 1942년 《이방인》을 발표하여 칭송을 받으며 문단의 총아로 떠올랐다. 에세이 《시지프의 신화》, 희곡 《칼리굴라》 등을 통해 부조리한 인간과 사상에 대해 이야기했으며 소설 《페스트》 등의 작품을 남겼다.
걸판은 이 작품의 의도에 대해 "2014년에 <분노의 포도>를 통해서 시대의 재난 속에서 뭉쳐지는 인간의 힘, 그리고 작은 절망에 대해 이야기 하려 했다" 며 "2015년에는 그와 반대로 시대의 재난 속에서 갈라지는 인간의 힘, 그리고 작은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이 둘은 아주 다른 이야기일 수도 아주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는 둘 중 어떠한 세계에 가까운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만 분노의 포도의 세계와 페스트의 세계를 거치면서 우리가, 그리고 관객이 우리가 몸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어제보다는 조금 더 희망을 찾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밝혔다.
네 번째 작품 더 정글북(The Jungle Book)은 뛰어난 관찰력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한국 연극계와 예술계에 새로운 자극제, 극단 여행자와 만나 제작된 작품이다.
작가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은 영국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인도 뭄바이에서 영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인도에서 보냈다. 영국으로 건너가 대학을 졸업하고, 1882년 다시 인도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에 자연스럽게 동서양 문화를 경험한 점과 당시 제국주의 문화적 수혜를 받은 점, 또 타고난 문학적 재능은 키플링의 삶과 문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 1892년에 발표한 『막사의 담시』는 그를 당대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1892년에 결혼 후 미국으로 건너갔으나 미국 생활에는 적응을 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대신 그곳에서 많은 작품을 썼다. 키플링의 이야기에는 인도에서의 생활했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키플링의 가장 유명한 작품 『정글 북』도 인도의 풍경과 동물들에 대한 사랑에서 영감을 얻어 쓰였다. 키플링은 나이가 들수록 모든 영국인, 더 넓게는 모든 백인이 미개한 세계의 야만적인 원주민들에게 유럽 문명을 전파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강하게 가졌다. 그의 사상은 작품에도 담기기 시작했다. 그는 1907년에 영미권 최초이자 역대 수상자 중 최연소의 나이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극단 여행자는 이 작품의 연출의도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고전극장을 매년 경험하면서 고전을 접하게 되는 나의 태도들도 달라졌는데, 예를 하나 들어본다면 작품은 너무나 유명한데, 작가의 이름은 잘 모르는 예가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작품이 적절한 예라 할 수 있다. 작품은 뮤지컬 덕분이라도 너무나 유명한데 작가 루이스 스티븐슨이 썼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다. 또 이 루이스 스티븐슨이 유명한 보물섬을 썼다는 사실 또한 우리의 전대미문의 숙제이다. 그렇다면, 고전소설을 연극으로 읽어야 하는 좋은 이유가 생겼다. 우리가 몰랐던 부분들을 관객에게 제대로 알려주어야 하겠다는 의도로 루이스 스티븐슨을 하면 좋겠으나, 각종 매체들이 이 고전들을 답습하고 유린하면서 생긴 편견의 벽을 무너뜨려보고 싶어져서 선택하게 된 이야기가 바로 키플링의 [The Jungle Book]이다. 월트 디즈니 사가 만들어낸 수많은 미화들 중 하나로 전락한 바로 이 소설, 아동문학이라고 평할 수 없는 보편적 진리와 인간 생성의 원리를 말하는 이 소설, 그러나 우리는 월트 디즈니 사의 세월 깊은 농간에 그냥 그 얘기인 줄로만 알고 있는 이 소설, 더 무지하게 정글북이 타잔인 줄 아는 이 소설을 통해 고전소설 그대로가 좋은 이유를 설명하고 싶어졌다. 모글리 이야기 이외에도 여러 에피소드들과 주인공들이 있다는 사실만 역설하더라도 의미를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CNB뉴스= 김진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