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하고 풍부한 자연환경이 가장 큰 장점인 강원도. 산이 많고 들이 적은 넓은 지형으로 인구가 적고 취약한 연계·접근망과 거점도시 분산 등으로 도시발달이 미약했다.
반면 수도권과 환동해권을 연결하는 국토의 중심지대로 환황해권에 위치한 수도권으로부터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이 각축을 이루는 동해바다의 진출로를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와 북방항로 개방, 환동해경제권 확대로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환동해경제권의 중심에 선 강원도의 선택과 발전가능성을 10회에 걸쳐 짚어본다.
◆ 글 싣는 순서
1. 환동해경제권의 중심, 강원도
2. 세계로 열린 문, 2018평창동계올림픽
3. 더 가까운 강원도, 광역경제권 90분 생활권 완성
4. 낙후지역 ‘제로’ 네트워크형 신성장산업
5. 전통산업의 화려한 변신, 신산업으로 빛난다
6. 삶의 질은 높이고 산업성장을 키우는 자연생태
7. 쾌적한 자연 고품격 정주환경, 살고 싶은 강원도
8. 가정일터 탄탄한 지속가능한 반듯한 일자리
9. 재해로부터 안전한 사람 중심의 안심공간
10. 시군까지 꼼꼼하게 다 같이 동반성장
시군까지 꼼꼼하게 다 같이 동반성장
2012년 현재 강원도의 지역총생산(GRDP)의 전국 비중은 2.5%에 불과하다. 강원도 면적의 전국 비중은 16.8%인 점을 감안할 때 국가경제 기여도는 무척 낮은 수준이다, 이는 도내 산업구조와 무관치 않다.
도내 산업구조를 보면 1차 산업 8.5%, 2차 산업 11.5%, 3차 산업 80.0%를 차지하고 있다. 이중 농림어업, 건설업, 관광업, 공공행정과 기타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5% 이상으로 전국 평균과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들 산업은 부가가치가 높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고용계수가 높은 제조업이나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업은 전국대비 1/3과 5/8 수준에 불과하다. 강원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를 제조업은 취약한 반면 관광 숙박업 등 서비스업과 영세한 농림어업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단순한 경제구조와 산업 간, 그리고 동일 산업 내 기업 간 상호연계성이 낮아 지역자본의 지역 내 순환빈도가 낮아져 지역성장을 제대로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결과 도내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층이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가 많지 않다고 판단, 일자리와 새로운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있다.
도내 지역보유 자원가치 극대화 투자
강원도의 현실적 고민은 지역이 보유한 자원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투입 자금의 외부 유출정도를 나타내는 누출률을 보내 도내 전략산업인 생물산업, 의료정밀기기, 신소재의 내부화 비율은 각각 49.7%, 42.3%, 47.9% 정도로 도내 산업평균 51.9%보다 낮다.
예를 들어 생물산업에 1억원을 투입할 경우 서울 1650만원, 경기 1450만원, 충남 370만원, 인천 330만원 등 5030만원이 외부로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이는 지역 내 연관산업이 많지 않고, 지역 내 기업 간 연계가 활발하지 않는 대신 서울과 경기 등에 크게 의존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한 충분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는 사업성이나 상업성을 검증 받을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연구실적'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도내 연구개발은 대부분 기업체가 아닌 대학 내 연구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도내 보유자원은 크게 물자원, 산림자원, 지하자원, 동력자원, 그리고 태양열,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도내 보유자원 산업화 특화산업육성사업으로 구체화
도내 보유자원의 산업화는 전략산업과 특화산업육성사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춘천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산업은 생물의약소재와 기능성 소재, 바이오 칩 분야를 집중 육성해 첨단 생물의약소재 R&DB 집적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세계 생명공학 산업규모는 2020년 1조7000억 달러로 추정된다.
장기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미국, 영국, 스위스,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위주로 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바이오산업 시장은 연평균 20% 이상의 고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미국, 일본에 이은 세계 3번째로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동식물, 미생물이 26만종이 있으며, 세계에서 천연자원과 생물종류가 가장 풍부한 국가 중 하나다. 이미 3000여 가지의 질병 근원 미생물 수집에 성공했고, 농작물 재배에 유용한 천연 생물자원도 32만종이나 확보해 그 수치는 세계 1위를 기록 중이다.
강원도는 생명건강산업 수도 강원도 구현을 목표로 춘천시를 거점으로 한 아시아바이오허브를 구축하는 바이오클러스터를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미래성장동력 원주 중심 의료기기산업
원주를 중심으로 한 의료기기산업은 국민 소득증대에 따른 개인별 맞춤 의료서비스 수요의 증가와 수출전략산업으로서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래성장동력산업으로 지정된 국가전략산업이다.
2012년 기준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3538억 달러로, 2005년부터 연평균 4.6%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19년까지 연평균 5.8%가 성장해 5249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내 의료기기산업은 1998년 원주에 의료기기 창업보육센터를 건립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기기산업 클러스터로 육성됐다.
도내 의료기기산업을 포함한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의료기기 제품의 핵심 모듈과 부품의 경우 제품의 원가경쟁력 및 신뢰성 확보를 위해 유명 해외 제조업체에서 수입해 사용 중이다.
이는 도내 뿌리산업이 발달하지 못해 의료기기 제품 개발을 위한 금형 등을 수도권 업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산업의 큰 파급효과를 위해서는 의료기기 완제품의 후방산업인 의료기기 부품, 금형 등 뿌리산업이 발달해야 하지만 도내의 경우 의료기기 완제품 중심으로 기업이 집적되어 있어 다른 산업과 동반성장을 통한 지역파급효과가 크지 못한 실정이다.
특히 고가제품은 GE 등 다국적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고 중저가제품은 중국 등 개도국 기업의 성장세가 높아 샌드위치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 대비 자본, 기술, 인력, 브랜드 인지도 등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어 중저가 제품 위주의 생산 및 수출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하다.
도내 의료기기 업체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취약한 뿌리산업 인프라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내 자동차부품회사 중 의료기기 업체의 금형, 표면처리 등이 가능한 업체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융합화 전략을 추진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양자원 보고 동해안 환동해권 중심지 부각
강릉을 중심으로 해양바이오산업과 신소재산업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자원 및 해양생물을 대상으로 생물공학적으로 조작하거나 또는 그것을 이용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바이오식품 제조기술과 신공정개발, 해양바이오 신물질 및 신소재 개발, 유용생물 생산 기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이나 공정을 개발하고 있다.
동해안은 환동해권의 중심지에 위치해 물류기지의 중심이고 서남해안보다 수심이 깊어 미네랄이 풍부하고 한해성 청정해역 등 해양자원의 보고다. 국내 오징어가공품의 71%, 어유제품의 78% 등 대규모 수산가공단지가 형성돼 해양바이오산업 R&D허브 요충지인 셈이다.
해양생물은 육상생물과는 달리 고염분, 저산소, 저영양 및 저온의 특수한 환경에서 서식해 독특한 면역체계와 특수한 물질을 생성, 축적, 분비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현재 생물의약과 화장품, 바이오식품, 해양심층수, 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세라믹 신소재는 높은 온도에서 처리된 무기질의 비금속 재료라고 넓게 해석된다.
신소재산업은 광통신 부품을 비롯해 노트북 핵심소재, 2차 전지용 부품소재, 하이브리드카, 스마트 섬유의류, 지능형 로봇, 홈네트워크, 고강도 철강소재, 인공뼈와 인공치아 등 폭넓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전 세계 산업경쟁력의 원천이 완제품·부품산업 중심에서 소재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제품원가 중 소재 비중은 태양전지 82%, 리튬2차전지 53%, LCD 55%를 차지할 만큼 소재의 경쟁력이 완제품‧부품의 성능과 부가가치를 좌우하는 핵심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완제품과 부품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반면 소재시장은 마그네슘 소재 중국 점유율 87%, 세라믹 소재 일본 점유율 60% 등 가격경쟁력, 핵심 기술력을 무기로 독과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은 핵심 소재개발에 국가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전 세계의 소재산업 규모는 2018년 10조 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금속, 화학, 세라믹 순으로 연평균 약 5.2%씩 성장하고 있다.
도내 기능성신소재산업의 핵심은 지하자원을 활용해 수입의존도가 높은 원천소재 자립화와 소재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부품산업과 연계해 산업별․제품별 Value-Chain을 완성하는 전략이다.
기능성신소재와 연관된 강원권의 핵심자원은 마그네슘의 원료가 되는 돌로마이트, 실리콘을 생산하는 규석광산,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청정바다자원 등이 있다.
강원대 삼척캠퍼스에 지난 2003년 소방방재학부가 개설된 데 이어 방재기술전문대학원이 개설되면서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전략산업으로 지정됐다.
소방방재산업은 소방산업, 방재산업, 안전산업을 포괄하는 분야로 화재와 관련한 불연재, 난연재, 소화약재, 지진과 관련한 내진자재, 토목섬유, 설해·풍수해와 관련한 제설재, 방수재 등 다양하다.
기존의 비, 바람, 지진에 의한 재난 이외 생물학적 재난과 원자력사고에 의한 복합형 재난이 새로운 거대재난으로 부상하고 있어 대비 태세 구축이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기존 중앙정부와 시설물 중심의 재난대비 태세는 자연재난에 대해서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는 반면 범용적 재난대비 태세(All-Hazard Approach)에서는 특정 재난대비 태세(Specific-Hazard Approach)를 확립하는 전략적 재난대비가 필요하다.
향후 거대재난의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전제 아래 재해구호 물품보급(Logistics), 집단피난(Mass Evacuation and Relocation), 공중보건(Public Health) 및 기반시설·중요시설(Critical Infrastructure·Kery Resources)에 해당되는 분야에 대한 포괄적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기후변화와 환경적 영향으로 재해가 증가함에 따라 소방방재 시장이 확대되고 성장하는 반면 최근 건축시장 위축으로 소방기기 소요량이 줄어 소방방재산업도 주춤하고 있다.
철원 플라즈마 나노소재 개발 세계적 수준
2005년 설립된 철원플라즈마산업기술연구원은 지난 2011년 나노분말소재를 생산하는 열플라즈마 장비기술 국산화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품질과 생산성 면에서 캐나다의 Tekna사 장비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면서도 국내기업들의 외면으로 캐나다의 Tekna사가 30여대 장비를 국내에 독점 공급 중이다.
플라즈마는 섭씨 1만도 이상의 초고온에서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최소 단위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로, 분리되어 있는 이온이나 전자가 서로 충돌해 빛과 열을 발생시킨다.
이런 가운데 최근 창성이 철원에 플라즈마 나노분말 제조기술 상용화을 위해 사용될 플라즈마 파일롯 공장동을 준공했다.
창성은 1980년에 설립된 소재전문 기업으로 특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소재를 중심으로 국산화해 현재 50개의 소재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전자파 차단·흡수체와 부드럽고 가벼운 자성소재는 세계 1위, 전도성 페이스트 복합소재에서는 국내 1위 생산기업으로 유명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체가 특성을 잃지 않으면서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상태의 물질을 원자라 한다. 원자 10개가 모이면 1나노미터 크기가 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먼지의 크기는 500~1000나노미터다.
나노기술은 100나노미터 이하의 크기에서 인위적으로 물질을 제조조작제어하는 것을 말한다.
나노 연구의 결과로 청소가 필요 없는 창문이 나오고, 나노캡슐에 약물과 특정 질병의 항체를 담아 몸에 넣으면 난치병이나 신체장애도 극복할 수 있는 시대를 열 수 있다.
철원의 플라즈마기술은 친환경적이고 경제성 있는 나노소재를 생산할 수 있는 세계적 수준에 와 있다. 도내 비철금속과 플라즈마 나노소재기술이 융합되면 차세대 도내 먹거리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정부의 다각적인 지역정책에도 불구하고 지역격차와 지역 간 불균형발전은 심화되고 있다.
특히 강원지역처럼 산업화과정에서 소외돼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고 지식기반경제로 이행을 위한 혁신역량이 부족한 지역에 대한 정책의 효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은행 강원본부는 지난 26일 '신-전략산업과 Soft Innovation을 통한 강원도 신-성장모형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기존 정부정책에 따라 의료기기, 바이오, 신소재산업을 도 전략산업으로 육성한 데 대해 지역실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도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의료기기와 바이오, 신소재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택했으나 지역실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이 발생하고 투자가 상대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역정책이 중앙공급적이고 획일적인 추진으로 지역 내발적인 에너지를 결집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정부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지역금융도 낙후성을 면하지 못한 점도 지역불균형 성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 발전을 위한 지역정책은 지역주도형으로 전환해 지역 특성이 반영된 차별화된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또 도 차원의 성장선도산업의 육성을 통한 지역압축 성장정책의 추진이 요구된다. 지방재정력 강화와 지역성장을 선도할 공급선도형 지역금융, 글로벌기업 유치 등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