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발전연구원이 민통선 지역을 쿨데삭(자원중심의 선별적 북상(안)) 형태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해 주목된다. 철원군의 경우 행정구역 면적의 100%가 군사규제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지역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현재 범정부적인 규제개혁이 추진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군사보호구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해 민통선의 북상 조정은 각별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9일 '접경지역의 군사규제와 지역상생 방안'을 주제로 정책메모를 발간했다. 범정부적인 규제개혁에 맞춰 국방부도 지난 5월 민통선을 북쪽 방향으로 부분 상향 조정하고 군사보호구역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강원도 접경지역에는 행정구역 면적의 55.9%에 달하는 2596.90㎢가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 등의 군사규제로 묶여 있다.
이중 철원군과 고성군은 군사시설보호구역 가운데 규제의 정도가 가장 엄격한 통제보호구역이 각각 53.6%, 57.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철원군의 경우 행정구역 면적의 100%가 군사규제지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인구와 경제활동이 집중된 도시지역 내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지정률은 높다는 것이다.
현재 도내 접경지역 가운데 양구군은 도시지역의 97.6%, 화천군은 도시지역의 58.7%가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전체적으로 59.6%에 달하고 있다.
통제보호구역에서는 군부대가 동의한 기존주택의 증·개축을 제외한 단독주택, 공동주택, 근린생활시설, 공장, 대학교의 신축이 금지된다. 또 농업용 창고, 축사 등 농업시설, 공공기관, 도로, 철도, 교량 및 공연장, 마을회관, 체육시설의 신・증축도 군부대 동의 시에만 가능하다.
제한보호구역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기존주택의 개축을 제외한 통제보호구역에서 정한 모든 경제행위가 군부대 동의 시에만 가능하고, 공장과 대학교는 법에 허용된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다.
이런 실태에 대한 접경지역 주민들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높다.
실제로 2009년 실시한 군사시설보호구역 관련 주민설문조사 분석 결과,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따른 가장 일반적인 피해로 △토지이용의 사용제한 △군사훈련으로 인한 소음 및 정신적 피해 △토지의 장기적 활용 및 개발 제한을 들었다.
특히 대부분의 주민들은 현재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이 합리적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 이유로 지역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이며 과도한 설정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주민들은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출입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의견이 많고 통제구역 내에서 주택 신축을 가장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민통선의 조정을 필요로 하는 정책사례도 적지 않다.
행정자치부 소관 평화누리길사업은 비무장지대 일대의 생태 우수지역과 역사관광지를 연결하는 자전거 및 트래킹 길을 조성하는 것으로 지역의 특성에 따라 민통선을 넘나드는 구간이 발생하기 마련인데, 군(軍)은 지자체의 민통선 출입 요구에 동의해 주는 대신 민통선의 경계 강화를 위해 펜스 설치, CCTV 및 스피커 설치 등을 요구해 예산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화천군의 경우 평화의 댐∼안동철교 6.9㎞ 구간 운영을 위해 군(軍) 요구의 시설 설치에 23억 원 지출했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263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철원 평화문화광장을 비롯해 445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DMZ박물관, 구) 철원읍 근대문화유산자원, 양구군 해안면의 국내 최초 야생화 밭 조성 계획 성공적 추진 등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민통선의 조정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민통선 조정으로 도내 11개 민북마을 주민의 재산권 행사와 민통선지역 내 자원의 효율적인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도내 민통선지역 내 민북마을은 철원군 갈말읍 정연리, 근남면 마현1리·마현2리, 동송읍 이길리 4곳을 비롯해 화천군 근북면 유곡리 1곳, 양구군 해안면 현1리·현2리·현3리, 오유1리·오유2리, 만대리 6곳으로 모두 11개 마을이다.
특히 통제보호구역으로서 고도의 군사 활동 보장과 군 작전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국민의 재산권 행사가 엄격히 규제되는 민통선지역에 대한 민간인통제선의 조정은 주민의 출입편리와 함께 재산권 행사 제한의 완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민통선 조정에 따른 관광객의 출입편리는 관광자원에 대한 접근성 개선의 효과를 가져와 강원도 접경지역의 관광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정책메모에서 강원도 접경지역의 군사시설보호구역의 조정 방안으로 △통제보호구역의 축소-민통선의 5㎞ 북상 △제한보호구역의 축소-군사분계선 이남 25㎞→15㎞ 지점 북상 △통제보호구역의 축소-쿨데삭형(자원 중심형 선별적 민통선 조정안) 관리를 제시했다.
이 중 쿨데삭은 '주머니의 바닥'이라는 뜻의 도시계획상 막다른 골목을 의미하는 공간설계 기법으로, 민통선의 통제기능을 유지하면서 지역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점과 지역의 특성과 안보 민감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쿨데삭 기법을 적용할 경우 민통선의 5㎞ 북상에도 통제보호구역에 위치했던 DMZ박물관과 철원 평화문화광장 등의 시설물을 효과적으로 개방이 가능하다. 쿨데삭의 도입으로 인한 민통선 관리의 군사적 문제는 CCTV 등 첨단장비를 이용한 해결이 가능하다.
강원발전연구원 김범수 부연구위원은 "통제보호구역과 제한보호구역을 규정하는 민통선은 1972년 이후 지금까지 4차에 걸친 법 개정을 통해 10㎞ 북상해 왔다.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민통선의 조정이 주민 삶의 질 향상과 지역발전에 실질적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의견과 특성의 반영이 중요해 보인다"면서 "군사규제 완화에 따른 지자체의 관리비용부담 완화도 고려돼야 한다. 덧붙여 첨단화돼 가는 군사 환경에 맞는 제한보호구역의 재설정과 인구와 경제활동이 집중된 도시지역 내 군사보호구역의 해제도 이번에는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