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7일 정윤회 씨 등의 국정개입 의혹이 담긴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 이른바 ‘지라시(찌라시)’라고 단정 지으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및 당 소속 예산결산특위 위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 씨와 자신의 동생인 박지만 EG회장의 갈등설에 대해 이례적으로 실명을 거론하며 모든 의혹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찌라시에나 나오는 그런 이야기들에 나라 전체가 흔들린다는 것은 정말 대한민국이 부끄러운 일”이라면서 “정씨는 연락도 끊긴 사람이고 지만 부부는 청와대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우리 경제가 한시가 급한 상황인데 소모적인 의혹제기와 논란으로 국정이 발목 잡히는 일이 없도록 여당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모처럼 국회가 국민에게 큰 선물을 주셨는데 예상치 못한 논란들이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한 언론이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보도한 후에 여러 곳에서 터무니없는 얘기들이 계속 나오는데 이런 일방적인 주장에 흔들리지 말고 검찰의 수사결과를 지켜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는 ‘권력암투설’ 등을 반박하며 사태를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을 ‘찌라시’로 선을 그은데 대해 야당에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이 의혹 자체를 부정하는 가이드라인을 새누리당 지도부와 검찰에 또다시 제시했다”며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계속되는 진실은폐와 책임회피로 국민 인내심이 한계치에 임박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새정치연합은 정씨와 ‘십상시’ 멤버로 알려진 청와대 비서진,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등 12명을 무더기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상태다.
오찬에 앞서 박 대통령은 김 대표, 이 원내대표와 별도 회동한 자리에서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청와대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의 인사개입 의혹 등에 대해 “이들은 일개 내 비서관이고 심부름꾼일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번 파문에 동요되지 않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및 공무원연금개혁 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여러분과 함께 나라를 잘 만들어보자는 것으로 살기 때문에 흔들릴 이유도 없고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 모두 언젠가는 세상을 떠야 하고 이 일도 마쳐야 되는데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일을 안 하고 뭘 하겠는가. 저는 오로지 그 목적 하나로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과 오찬을 계기로 민생에 집중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오찬 인사말에서 “지금 박근혜 정권에 일대 위기가 온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 잘못된 것을 시정하고,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 여러분에게 속 시원히 알려 오해가 풀릴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은희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오늘 회동이 예산안 법정 시한을 지킨 것에 대한 감사 자리였던 만큼 국회는 소모적인 논쟁을 접고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정부와 함께 오로지 국민만을 위한다는 목표로 최선을 다하겠다. 야당도 무책임한 정치공세 대신 민생을 위한 국정운영에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