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유출된 문건에 담긴 각종 의혹 사항의 신뢰성을 둘러싸고 핵심 당사자들이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의혹의 진위를 가려야 할 검찰로서는 문건 내용의 진위 문제는 이번 폭로전을 통해 더욱 혼란스러워져 방법론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내용대로 정씨가 비선실세로서 청와대 비서관들과 접촉하며 인사 등 국정에 관여했는지가 쟁점이다.
청와대 재직 당시 문건 내용을 듣고 상부에 보고했던 조 전 비서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 문건의 신뢰성이 '6할 이상'이라고 주장한 반면, 정씨는 청와대의 입장처럼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하면서 이번 사건이 조 전 비서관과 ‘십상시 3인방’으로 거론되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간의 권력다툼이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정씨가 지난 4월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자신과 전화 접촉을 시도한 점을 거론하면서 자신의 사퇴도 정씨 및 청와대 비서관들의 영향력과 무관치 않다는 뉘앙스를 내비친 반면, 정씨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위(민정수석실)에서 시킨 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을 당시 청와대 민정라인의 '조작물'로 의심하는 등 두 사람의 장외 공방은 폭로전 양상으로 번져 의혹의 덩어리는 더욱 커졌다.
따라서 일단 검찰은 우선 문건 유출 및 관련 보도로 명예가 훼손됐다고 고소한 당사자들이자 문건에 정씨와 긴밀한 사이라고 적힌 현직 청와대 비서관 등 사건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조사하면서 쟁점을 추려낼 계획인 동시에 조 전 비서관과 정씨도 검찰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문제는 조 전 비서관과 정씨 및 현직 청와대 비서관들 사이의 극명한 진술 불일치를 어떻게 해결 하느냐로서 이들의 통화기록이나 청와대 출입기록 등 여러 물증으로도 진위를 명백히 가리기 어려우면, 검찰은 대질조사 카드를 돌파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검찰은 조 전 비서관과 정씨를 동석시켜 문건에 나온 내용과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주장을 하나하나 따지며 의혹의 실체에 접근하는 방식에 앞서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에 대한 조사가 집중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박 경정에 대한 조사는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규명이 주목적이지만, 문건 내용의 진위와 작성 경위를 규명할 주요 수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검찰은 3일 박 경정의 자택과 근무지 등을 잇따라 압수수색한 것은 청와대가 신속한 규명을 주문한 문건 유출 사건 수사가 본격화했다는 신호탄으로, 사건의 또 다른 축인 비선실세 의혹 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검찰은 박 경정을 소환해 문건 작성 경위 등을 한편 조사하는 한편 전 비서관과 정씨의 주장이 맞선 문건 내용에 대해서도 캐물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