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4.11.28 11:53:46
이는 사실상 정씨를 꼭지점으로 하는 ‘비선라인’의 실체가 일부 드러난 셈이며, 특히 정씨가 이들을 이용해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교체설’을 확산시킨 것으로 알려져 여권 내 권력투쟁 속살이 드러났다.
‘세계일보’가 단독으로 입수해 28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비서관실은 지난 1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김기춘 교체설’의 출발점이 어딘지 파악한 결과물이다.
감찰 문건에 따르면, 정씨는 ‘문고리 3인방’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 등을 논의했으며, 이 자리에는 청와대 내부 인사 6명, 정치권에서 활동하는 외부 인사 4명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찰문건은 이들을 중국 후한 말 환관에 빗대 ‘십상시’로 지칭하고 실명을 언급했으며, 정씨는 지난해 이들과의 송년 모임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사퇴 시점을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면서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현재 공식 직함이 없는 정씨가 자신과 가까운 청와대·정치권 내부 인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세간의 ‘그림자 실세’ ‘숨은 실세’ 의혹이 사실임을 드러낸 것이어서 파문이 예상된다. 특히 청와대 비서관들이 내부 동향을 외부 인사에 전달하는 행위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등 실정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도 정씨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다. 박영선 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7월 “비선 조직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종종 청와대 서류를 싸들고 청와대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이 사실상 확인됐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도 지난 6월 한 라디오에 출연해 “외부 인사 개입 등 비선이 움직이고 있다, ‘만만회’가 움직이고 있다고 하는 말이 세간에 있다”라고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여기서 ‘만만회’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박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 정윤회씨의 마지막 이름자를 따서 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만만회’ 의혹을 제기했던 박 의원은 28일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세계일보’ 보도를 인용하며 “정윤회의 국정개입은 사실이다, 이러한 감찰 보고서를 입수했다면 (정씨 등도) 이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검찰은 과연 ‘만만회 사건’을 기소할 수 있는가, 청와대도 이를 묵인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청와대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정윤회 씨의 국정개입’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민 대변인은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시중에 근거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정보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하고 당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오늘 안에 (해당 언론사에 대한)고소장을 제출하는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