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에서 경쟁을 벌였던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만났다. 이번에는 경쟁자가 아닌 공조자 입장이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관계자들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박 시장은 24일 서울시청에서 조찬을 함께하며 예산 배분 등 정책 협의에 들어갔다.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인 나 의원은 인사말에서 “서울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라며 “최근 화두인 안전이 가장 중요하고 도시 경쟁력의 첫 발걸음이니 중앙정부에서도 서울시 안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시도교육청 등 이곳저곳에서 갈등이 많은데 여든 야든 현장에서 같이 현안을 들여다보고 논의하는 모습 자체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새누리당 의원님들이 오신다고 해서 빨간 넥타이를 맸다. 저나 의원님들이나 서울을 위해 고민하고 일하는 건 같다”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예산 문제를 놓고는 양측이 신경전을 벌였다.
나 의원은 내년 서울시 예산안에 대해 “작년보다는 확대 신청했는데 획기적인 변화는 없지 않았나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무상급식과 보육 예산을 놓고 갈등을 빚는 데 대해서는 “생각의 출발점은 (여야가) 비슷하다”며 “누가 약속을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박 시장은 간담회 시작 전부터 내년 서울시 예산안 책자를 배포하는 등 재정난을 강조하는 데 주력했다.
인사말에서도 “서울의 재정자립도가 80%로 다른 지방정부에 비하면 물론 높지만 국제적 도시와 경쟁하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역차별을 상당히 받는다”며 “예산을 확보하려고 재작년부터 의원회관까지 찾아갔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힘센 분들이 많이 와 계신 데 조금만 힘을 실어주시면 좋겠다”며 “나 위원장이 말씀하신 하수관거 보강도 4조원 넘는 예산이 필요한데 우리가 내년에 1천500억원을 편성했다. 중앙정부에서 1천억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이날 회동은 7월 재보선에서 재기한 나경원 의원이 새누리당 서울시당 위원장으로 취임한 직후 박원순 시장과 만나 새누리당 소속 서울지역 당협위원장들 간 정례협의회 운영을 제안해 이뤄졌다.
여당 소속 지역 당협위원장들과 박 시장의 공식 협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는 새누리당 김성태 유일호 이노근 의원 등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