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에서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이 21일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하면서 한 때 ‘왕의 남자’로도 불렸던 정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55인 파동’에 앞장선 후부터 정치적 입지가 급격히 축소됐다.
그러다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월 법정 구속된 후 10개월간 구치소에 수감됐다.
지난 6월에는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이 나오면서 최종 결론을 기다렸고,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한 없이 움츠렸던 정치적 입지도 고개를 들 수 있게 됐다.
정두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많은 분들이 제게 억울하지 않냐고 물으시지만 억울하기는커녕 모든 게 감사할 뿐”이라며 “지난 2년 반의 고난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지난 날 저는 너무 교만했다. 항상 제가 옳다는 생각으로 남을 비판하면서 솔직히 그들을 경멸하고 증오했다”며 “비록 저는 법으로는 무죄이지만 인생살이에서는 무죄가 아니라는 걸 이제는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국민들의 입장에서 반드시 할 말은 하고 할 일은 하겠다. 하지만 경멸과 증오가 아니라 사랑으로 할 것”이라며 “늘 힘들고, 어렵고, 약한 사람들의 입장에 서서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에서는 몇 안 되는 중진(3선)이자 소장파로 분류되는 정 의원은 제18대 국회까지 개혁적 목소리를 내 왔다.
정 의원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향후 정치적 현안에서 제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동안 직설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그가 앞서 밝혔듯이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현안에 접근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울러 지난 6·4 지방선거와 7·14 전당대회 이후 비박계(비 박근혜)가 주류가 되면서 정 의원의 활동 공간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