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세 모녀법’이 17일 복지위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생활고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이 알려지고 박근혜 대통령까지 이를 언급했지만 세월호 사고와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방으로 인해 국회를 표류하다 결국 9개월 만에 처리됐다.
관련법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 사회보장·수급권자 발굴과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는 ▲최저생계비 개념을 남겨두고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 ▲교육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장애 관련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을 담았다.
긴급복지지원법 개정안은 긴급복지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장에 긴급지원 대상자 선정 권한을 부여하도록 했다.
사회보장·수급권자 발굴과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안은 사회적 위험에 처한 보호대상자 발견 시 신고를 의무화하고 단전·단수 가구 정보나 건강보험료 체납 가구 정보 등을 활용해 지원이 필요한 소외계층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굴하게 했다.
구체적으로는 부양의무자의 소득 기준(4인 가구)을 기존 212만 원에서 404만 원으로 대폭 완화하면서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해당 금액을 넘지 않으면 기초생활수급자 지정이 가능해졌다.
또 교육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해 부모가 별거 중이거나, 연락이 두절돼 부양을 받지 못하는 학생 40만 명이 혜택을 보게 됐다. 이에 따른 관련 예산은 1조1100억 원이 편성될 전망이다.
우여곡절 끝에 관련법이 소위를 통과해 조만간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할 예정이지만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생각한다면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
뒤돌아보면 세 모녀는 기초생활수급자를 신청 했어도 도움을 받기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근로능력이 있는 나이라는 이유로 추정소득이 매겨져 수급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나마 소득이 있는 사람 중에도 채무가 더 많아 사실상 취약계층에 속하는 근로능력자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단순히 나이가 있는 근로능력자라는 이유로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고 오히려 부양의무자 등으로 낙인 찍어 거리로 내모는 법안은 추가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늘어나는 정부예산이 문제라면 재산을 은닉하고 도덕적 해이에 빠져 있는 부정수급자를 적발해 예산이 줄줄 새는 것을 막도록 해야 한다. 설과 추석 연휴 임대아파트에 줄 서 있는 고급승용차 적발 등으로 예산 낭비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세 모녀 사건 이후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른 불합리한 건강보험료 산정방법도 현실에 맞는 개선이 절실하다. 정치권이 하루빨리 관심을 갖고 보완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