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야심차게 내놓은 혁신안이 11일 당내 거센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의원총회의 추인을 받는 데 1차 실패했다.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위원회가 지난 9월29일 출범 이후 내놓은 각종 ‘기득권 내려놓기’ 혁신안을 소속 의원들에게 공식 보고했다.
혁신위가 보고한 혁신안은 ▲체포동의안 개선(체포동의안 계류 72시간 경과시 자동 가결 등) ▲정치인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무노동 무임금’ 적용 추진 ▲내년 의원 세비 동결 ▲의원 겸직금지 대상 확대 추진 및 국회윤리특위 강화 ▲선거구획정위를 중앙선관위 산하에 두는 방안 등 총 9개 안이다.
김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국민들께서 정치권을 불신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 중에 특권을 먼저 우리 스스로 내려놓는 것이 혁신의 첫걸음”이라며 ‘특권 내려놓기’, ‘정당개혁’, ‘정치제도의 개혁’ 중 1단계인 특권 내려놓기 혁신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이어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는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비롯해 100명 안팎이 참석해 격론을 벌였다.
모두 15명이 발언에 나선 가운데 4명가량을 제외한 대부분이 우려와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출판기념회 전면 금지와 내년도 세비동결, ‘무노동 무임금’을 골자로 한 세비 혁신안, 체포동의안 개선안 등과 관련한 불만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태 의원은 “보수혁신의 진정한 가치를 하나도 담지 않은 인기영합형 혁신안”이라고 말했고, 박민식 의원은 “화장발 바꾸기” 등 표현으로 불쾌함을 나타냈다.
김태흠 의원 또한 “출판기념회 금지도 위헌이고, 회의 참석 안 했다고 세비 삭감한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지적했다.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19대 의원 중 상당수가 출판기념회 금지에 대한 반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초선 의원은 “19대 전에 의원을 지낸 분들 중에는 이미 출판기념회를 여러 번 의원들도 있고 김 위원장도 3번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유재중, 김세연, 신성범, 박명재 의원 등은 혁신안을 수용하는 취지로 말했지만 당내 반발 목소리에 묻혀 상대적으로 발언에 큰 힘을 얻지 못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총 마무리 발언으로 “혁신을 위한 첫 단계이기 때문에 지켜봐 달라”며 계속 논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문수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혁신안은 입법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우리 당이 먼저 발의해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것은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당초 혁신안 가운데 일부는 의총에서 추인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적지 않았지만 이날 추인이 무산되면서 향후 혁신안 원안의 수정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