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지 100일(10월23일)이 지났다. 하지만 효과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정책을 뜻하는 이른바 ‘초이노믹스’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장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겠다는 경기부양책인 초이노믹스가 시행된지 4개월째 접어들었지만 사실상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4일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는 초이노믹스를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이어졌다. 새누리당은 세계적인 경기 불황 상황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과감한 지출 확대를 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초이노믹스는 이미 실패로 드러났다”며 집중포화를 쏟아냈다.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는 전쟁시에 준하는 위기상황”이라며 “전시와 평화시 국방 예산이 다르듯 연구개발 예산을 전시에 준해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나성린 의원은 최 부총리의 첫 규제완화 정책인 총부채상환비율(DTI)·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와 관련, “주택거래는 정상화되고 있고 추가 폭등 우려가 없는 것으로 볼 때 부동산 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석훈 의원은 “정부의 내년 지출증가율은 5.7%로 과거에 비해 크게 높다고 하기 어렵다. 과연 이런 수준으로 우리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충분하느냐”며 추가 재정확대 필요성을 거론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김관영 의원은 “최 부총리 취임 후 13번에 걸친 정책을 발표했고 언론에선 초이노믹스라는 별명을 붙여줬지만 시장 반응은 좋지 않다”며 “어제 발표된 설문조사를 보니 최 장관의 경제정책이 경제활성화에 도움 안 된다는 의견이 56.8%로 현저하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다”며 “최경환 경제팀이 단기 처방 경제부양책을 내놓다 약발이 떨어졌다는 게 시장 평가”라고 주장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일각에선 초이노믹스 약발이 떨어졌다고 하는데 약발이 떨어진 게 아니라 약장수가 약을 팔고 갔는데 꾸러미에 약이 없었던 것”이라며 “소득주도 경제성장이라는 말을 하는데 과연 현 정부의 정책이 소득주도 정책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최 부총리는 “정책에 대한 효과가 100% 나타나지 않았을 때는 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대처하면서 봐야 한다”며 “금년에 우리나라는 격동의 사건을 겪는 등 리스크를 안고 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답했다.
여야가 이날 공방을 벌이기는 했지만 오히려 친박(親박근혜) 의원들을 중심으로 초이노믹스에 대한 날선 비판이 눈길을 끈다.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은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지 100일이 지났지만 경제살리기 성과는 미흡한 실정”이라며 “출발에 비해 미흡한 성과에 대기업의 성장판도 닫힐 지경이다. 기업의 활력 제고와 일자리 창출에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지난달 16일 이한구 의원은 “막대한 빚을 내 정부와 가계, 기업을 총동원해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서는 것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라며 “정부는 한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따라가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걱정되는 것은 일본의 실패한 재정정책을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경제계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장은 최근 CNB와 인터뷰에서 “초이노믹스는 정부 예산을 늘려서 경기를 살려보자는 것인데 기본적으로 단기적인 효과만 있다고 본다”며 “금리를 내리고 정부 지출을 증가시키고 하면 유효수요가 창출될 수는 있겠지만 그야말로 반짝효과”라고 비판했다.
현 원장은 “진정한 경제활성화를 이루려면 거래의 규모를 늘려야 한다. 거래를 늘리려면 대대적인 규제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규제개혁이 경제활성화를 위한 본질인데 초이노믹스는 이 문제를 건드리면 정치적으로 싸워야 하니까 쉬운 길로 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정지출을 통해 유효수요를 창출함으로써 민간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케인즈 이론인데 (초이노믹스에서는) 그것이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어려움을 딛고 정치적인 리스크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에 규제개혁을 얘기했다”며 “그런데 세월호(사고) 이후 동력이 떨어졌다. 경제팀이 바뀌고 더욱이 정치인 출신이니 제대로 부딪혀서 해결해야 하는데 이렇게 계속 몸을 움츠리고 있으면 대한민국 경제는 발전하기 어렵게 된다. 본격적으로 규제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