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정치일선에서 물러난 원로 인사들이 당의 정치적 고비 때마다 막후 조정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거나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중심이 약해진 새정치연합의 실상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오고는 있지만 최근에는 고대 로마의 입법·자문기관인 원로원이나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회 원로그룹을 대표하는 인사로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출신들인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84) 상임고문이 꼽히고 있다.
권 고문은 지난 10월 외부 인사 비대위원장 영입 파동 속에서 탈당의 배수진까지 친 박영선 전 비대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마음을 돌려세움으로써 당을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구하는 데 공을 세웠다. 박 전 위원장의 후임을 논의하기 위한 원로중진회의에서도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잡음 없이 추대될 수 있도록 사전에 막후에서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권 고문은 그의 높은 위상을 반영하듯 지난 3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생애 처음으로 가진 자신의 회고록 '순명(順命)' 출판기념회에는 동교동계 인사는 물론 상도동계 주요인사 등 여·야의 전·현직 정치계 인사들이 행사에 참석해 축하의 뜻을 보냈다.
그리고 정동영 상임고문, 추미애 이종걸 강창일 박주선 의원과 함께 '구당구국' 모임을 결성하는 등 친노 주류에 견제구를 던지며 비주류의 세규합 작업을 후원하고 있는 정대철(70) 상임고문도 권 고문 못지 않은 왕성한 활동으로 정치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달 "신당 창당의 모습을 띤 개혁도 불사하자"는 이른바 '제3지대론'을 주창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후보 영입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 파장을 낳기도 했다.
이들 외에 친노계의 '큰 어른' 격인 김원기(77)·임채정(73) 전 국회의장도 계파간 가교 역할을 하는 갈등 중재자로서 정치력을 발휘하고 있는 등 이처럼 원로들의 입김이 세진 것은 당내에서 내부 갈등 조정과 중재를 맡을 만한 무게감 있는 현역 중진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한 중진은 "'박영선 탈당 파동' 이후에도 대선배들에게 중재 역할을 한 두번 더 부탁한 적이 있다"며 원로그룹이 현실적으로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부 원로들은 "뒷방 늙은이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면 당이 안된다"며 "우리들의 역할은 후진들이 성장하고 야당이 정권을 되찾는데 조언을 해주는 것에 국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