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계 좌장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권 상임고문은 이날 국회 헌정관에서 열린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 총장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분들이 와서 (반 총장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통령 후보로 나왔으면 쓰겠다(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했다”고 전했다.
이어 권 상임고문은 “반 총장이 훌륭한 인물이고 앞으로 국가적으로 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니 당(새정치연합)에서 영입해줬으면 좋겠다”는 측근의 제안에 “반 총장을 존경한다, 그만한 훌륭한 분이 없다”고 화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권 상임고문은 측근이 누구인지에 대해 “이름을 말할 수 없다”고 함구하면서 “반 총장과 교감이 있는 발언이었느냐”는 질문에도 “그건 모르겠다”면서도 “그 분이 측근이란 건 확실하고, 아주 상당히 가까운 사이이며, 진지하게 제안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 상임고문은 이 측근이 약 6개월 전에 자신에게 이 같은 의사를 타진한데 이어 최근 또 다른 반 총장측 인사 두 명이 비슷한 취지의 얘기를 했다고 전하면서 이들 3명 가운데 “한 명은 외국에 있고, 나머지는 한국에 있다”고 했으며, “김숙 전 유엔대사가 포함되느냐”는 질문에는 “그 양반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권 상임고문은 여권 내에서 ‘반기문 대망론’이 나오는데 대해 “이해를 못하겠다”며 “그분들(측근 인사들)이 왔을 때 이미 '여당은 안 가겠다'고 나한테 분명히 이야기했다”고 못 박으면서 반 총장에 대해 “직업 외교관으로서 커리어(경력)가 충분히 쌓여있고, 사람이 온건하고, 지금 세계적 지도자로 우뚝 서 있어서 국격을 높일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한 뒤 “우리가 영입을 해 경선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반 총장이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 오른 가운데 이러한 주장이 사실이라면 야권 내는 물론 여야 전체의 차기 대권구도 자체를 뒤흔들 파괴력이 있는 중대변수가 될 수 있으나, 정치권에서는 그 신빙성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이됐다.
반 총장 본인의 진의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여도 야도 미련을 가지며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를 이어가는 형국인 셈이어서 ‘반반총장’이라는 말까지 회자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한 친박계 중진 의원은 “2016년까지 사무총장 임기가 남아 있는데 본인 입장에선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이런 저런 입장을 내놓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측근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반 총장이 야당과 코드가 맞을 것 같이 보이진 않는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