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여당이 연일 ‘애국심’을 강조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올해 말 2조5천억원, 2018년에는 5조원여의 적자 보전이 필요하고 2020년경에는 누적적자 보전액이 70조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 과거 정부에서도 시도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호소 등 영향으로 연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시간을 두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며 맞서는 상황이라 처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 새누리 “조국근대화 주역인 공무원들이 동참해달라”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대국민설득의 일환으로 ‘애국심’을 내세우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22일에 이어 3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애국심을 거론했다. 김 대표는 “공무원연금은 1960년대와 70년대 평생 박봉을 견뎌가며 애국심 하나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들의 보수체계에 대한 보완적 처우개선 차원에서 설계됐다”며 “그러나 1960년 52세였던 평균수명이 현재 81세로 급격히 늘어나고 금리하락 등으로 운용수익이 줄어들면서 공무원연금 제도의 운영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공무원연금은 매년 재정으로부터 수조원씩 보전을 받고 있어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향후 10년간 재정보전 금액이 53조원에 이르게 돼 국민 1인당 부담액이 100만원을 넘는다”며 “공무원 여러분, 도와달라. 조국근대화의 주역으로 일해 온 여러분이 다시 한 번 애국심을 발휘해 연금 개혁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완구 원내대표도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련해 “그동안 공무원의 희생과 헌신을 바탕으로 이 나라를 이끌어 왔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나 국가 재정이란 측면에서 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개혁의 대상이 됐다”며 “공무원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은희 대변인은 2일 “김 대표가 조만간 공무원노조 대표를 만날 것”이라며 “공무원들이 조국근대화의 주역으로서 다시 한 번 애국심을 발휘해 연금 개혁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박대출 대변인도 “공무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한강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었다”면서도 “그분들의 분노와 서운함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애국심을 발휘해서 공무원 연금개혁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이군현 사무총장 또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졌던 국가와 국민, 그리고 우리 미래세대를 위한 희생과 봉사정신, 애국심을 발휘해 달라. 정부여당도 끝까지 공무원 여러분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면서 애국심을 거듭 당부했다.
◇ 30~40대에 설득력 약해… 정의당 “70년대 마인드”
하지만 새누리당의 이 같은 애국심을 내세운 대국민설득이 얼마나 큰 효과를 볼지는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제도 개혁TF위원장인 이한구 의원이 3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과거 공무원 연봉은 ‘박봉’으로 불릴 정도로 적은 금액이었지만 김대중정부를 거치면서 공무원들의 연봉 수준은 상향 조정됐다.
그러다 보니 과거 애국심으로 공무원을 했다면 현재는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로 공무원을 선택하는 경우가 상당수라는 주장이 많아 이 같은 애국심 강조는 특히 30~40대 공무원들에게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의당 김종민 대변인은 “사회적 대화와 합의 과정을 생략한 채 몇 달 만에 후다닥 졸속으로 처리하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심각하게 망치는 일”이라며 “더욱이 애국심에 호소하고자 하는 김 대표의 태도는 후진국형 정치이고 70년대 마인드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숙명과도 같지만 이 문제는 국회에서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회에서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여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준석 전 새누리당 혁신위원장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것 자체가 사실 다른 답이 없다는 것”이라며 “여당 대표가 애국심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길임을 알고 가는 것이다. 김 대표가 어려운 일을 맡은 만큼 정치지도자 입장에서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