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0일 현행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 획정과 관련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오는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구의 대대적인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헌재가 선거구별 인구 편차를 현행 3대1에서 2대1 이하로 조정할 것을 결정하면서 여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그동안 개혁이냐, 개헌이냐를 놓고 대립하던 여야는 국회에 정치개혁특위를 가동해 선거구 조정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3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날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정개특위 구성을 제안한 것을 수락하며 본격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여야는 공식적으로 헌재 판결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현행 선거구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서 블랙홀에 빠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 혁신위원장들은 선거구 획정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다음달 3일 선거구획정위원회 개선안 논의를 앞둔 새누리당 김문수 혁신위원장은 “헌재 판결은 늦었지만 매우 바람직하다”며 “인구 대비 표의 등가성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만큼, 선관위가 이를 조속한 시일 내 실현해주길 바란다. 이것이 선거 제도 민주화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새정치연합 원혜영 정치혁신실행위원장도 “지역주의 극복과 소수세력 등 다양한 정치세력 참여 차원에서 선거구제 셋 이상 대도시는 중대선거구제 하고, 그 외는 소선구제를 유지하는 도농복합형 선거구제도를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헌재의 결정으로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을 선거구로 가진 의원들의 움직임은 더욱 바빠졌다. 영호남의 지역구는 줄어들 것이 예상되지만 수도권이나 충청 지역구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향후 여야의 운명도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등 지도부의 지역구가 대거 조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누구보다 이번 결정을 예의주의하는 모양새다.
농촌 지역이 집중돼 있는 영남과 호남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은 성명을 통해 “도농간 정치력의 격차가 벌어지는 안타까운 상황이 예상되므로 향후 입법과정에서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반면, 충청권 의원들은 반색했다. 지난해 현행 선거구제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한 정우택 의원(청주 상당구)은 “충청도만을 무시한 선거구 획정을 헌법불합치로 판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은 때늦은 감이 있지만 민주적 대표성에 다른 투표가치 평등이라는 헌법정신에 투철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제15대부터 제19대 총선까지 영남과 호남, 충청지역의 선거구당 평균 인구에서 충청지역이 과소대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19대 총선의 경우 충청지역이 선거구당 평균인구가 207,772명으로 영남의 197,057명, 호남의 175,087명보다 훨씬 상회한다고 정 의원은 설명했다.
정의당을 포함한 소수정당들도 헌재 결정에 환영 의사를 표시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의 평등권을 공고화하는 현명한 결정”이라며 “현행 소선거구제는 국민의 평등권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결선투표제 도입 등 선거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에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할 국회 정개특위 구성과 함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에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신설하는 입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