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만기자 | 2014.10.23 18:30:48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일부 언론을 앞세워 공무원연금개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데 대해 공무원사회의 동요와 정치권 및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개혁의 시발점이 됐던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주장이 허위이거나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간의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보면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은 고작 84만원인데, 공무원연금은 229만원이나 돼 공무원들이 일반 국민보다 3배 가까운 연금을 받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로 인해 공무원연금 개혁론이 거센 물살을 타고 정국의 뜨거운 이슈로 부각된 바 있다.
그러나 당시에도 국민연금은 1988년 시작돼 최고 가입기간이 20여년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미 제도가 성숙돼 33년 만기 가입자들이 받는 공무원연금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데다가, 퇴직금과 후불임금 성격이 포함되고 노동3권 제약이나 영리업무·겸직금지, 연금 1/2삭감 등 인사정책이 함께 녹아 든 공무원연금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와 같이 제도의 성격과 설계구조가 전혀 다른 두 제도를 단순 수치만으로 비교하는데 대한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았음에도, 포퓰리즘에 가까운 비난과 속설에 터 잡아 사회복지의 가장 큰 틀인 노후 연금을 일방적으로 삭감하는 방안을 밀어붙이려는 데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던 차에 개혁론의 뿌리부터 잘못됐음이 확인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주승용 의원(전남 여수을, 안전행정위원회)이 10월 24일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무원연금공단에 의뢰해 제출 받은 공식자료에 따르면, 2009년 말 개정돼 2010년 1월 1일부터 적용돼 현재 시행중인 공무원연금법(법률 제9905호)에 의거하여 예상한 2010년 이후 신규 임용된 공무원들에 대한 퇴직연금수령액은 9급 공무원 입직자가 20년 재직기준 72만원, 30년 재직 시 14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은 하위직이 대부분(96%가 7급 이하로 입직)을 차지하고 있으며, 9급 입직자의 경
우 대부분 6급 이하로 퇴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재직 시 연금예상액 72만원은 비슷한 기간이 경과된 국민연금평균수령액 84만원보다도 한참 낮은 금액이며 30년 재직 시 140만원도 국민연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정임에도 공적연금의 사회보장적 기능은 도외시하고 재정적자 논리만 내세워 또 다시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은 공적연금을 폐지하자는 것과 같고 항간에서 제기되는 사적연금 옹호론이나 경제위기를 공무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공무원연금공단 홈페이지에 공개된 또 다른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기준 공무원 평균퇴직연령은 50.4세인데 이는 민간의 주된 사업장 퇴직연령 54.1세보다 4년 가까이 빠른 것이어서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얘기가 잘못되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또한 위 통계자료에 의하면, 공무원이 정년까지 다 채우고 근무하는 비율도 1/4에 지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승용 의원은 공무원퇴직연령이 이와 같이 낮게 나타나는 가장 큰 이유는 하위직 젊은 공무원들이 조기퇴직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같은 자료를 근거로 살펴보면, 신규입직 공무원 중 4년 이내 퇴직자가 30%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이들의 직급은 8급 내지 9급이 대부분이며, 평균퇴직연령이 33.8세에 불과한 실정이다.
수백대 1의 경쟁을 뚫고 공직에 입직한 젊은 공무원들이 불과 몇 년이 안되어 스스로 떠나는 것은 현실적인 보수도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수준(9급 초봉 122만원)인데다가 노후 연금까지 망가진 상태에서 미래마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승용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개혁을 더 삭감하겠다는 것은 공무원연금 자체를 없애는 것과 같으며, 공무원들의 공직이탈을 부추기는 행위이므로, 향후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고, 그 방향은 공무원연금을 삭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을 상향시켜 공무원을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노후 삶의 희망을 드리는 쪽으로 가야하고, 그에 따르는 재정 부분은 부자 감세나 재벌 감세 폐지 등 세정 개혁, 누수 없는 재정지출 등 근본적인 재정 개혁을 통해 지속적이고 중장기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공적연금 같은 국가적·국민적 과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같은 OECD 선진국의 좋은 사례들을 본받아 절차와 내용 모두가 국민들이 공감하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긴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여야의 공무원연금개혁 T/F에서 정부와 공무원, 일반 국민까지 포괄하는 합의점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