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기자 | 2014.10.21 15:14:53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 관계자는 21일 CNB에 “자살보험금 지급을 요구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고객에 대해 일부 생보사측에서 이름만 대면 다 아는 대형로펌에 의뢰, (민원인들에게) 소장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로펌은 국내 최초로 ‘세계 100대 로펌’에 진입한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확인됐다. 이는 생보사들이 적반하장 격으로 계약자를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금소연 관계자는 “모 생보사가 김앤장을 통해 민원인에게 보낸 소장에는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합니다’라고 적시돼 있다”며 “통상적인 멘트로 보이지만 압박을 주기 위한 지극히 의도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생보사 자체 법률팀도 있는데 대형로펌을 선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의 유족들에게 소장을 보낸다는 것은 상당히 비열한 방법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자살보험금 미지급은 명백히 보험사 잘못이며 금융당국에서도 지급하라고 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법률적 판단을 받아보자고 소송을 걸고 있다”며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민원인들이 대형로펌과 소송비용에 감당을 못하고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률적 판단에 맡겨보자고 한다면 우선적으로 민원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그 비용은 당연히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라는 얘기다.
앞서 금감원은 분쟁조정국에 접수된 자살보험금 관련 민원 39건에 대해, 해당 12개 생보사는 재해사망 특약에서 정한 대로 지급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하지만 12개 생보사 중 에이스생명과 현대라이프생명 두 회사만 보험금을 지급(2건)키로 했고, 나머지 10개사는 지급할 수 없다며 각 사별로 민원인들에게 ‘채무부존재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2010년 4월 이전에 대부분 생보사들은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 이후의 자살 시에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재해사망특약 약관에 넣었지만 잘못됐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 2010년 4월 이후부터 판매한 상품에 대해서는 이를 수정했다.
생보사들은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는 대전제에 약관상의 실수일 뿐이라며 자살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생보협회 “담합 없다” 일축
한편 이같은 생보사들의 계약자 압박은 생명보험협회가 담합을 주도한 의혹이 제기된 것과 맞물리면서 주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생보사들이 미지급 자살보험금에 대해 집단적으로 채무부존재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 실무자 논의를 주도한 생명보험협회를 대상으로 지난 주 초 현장조사를 마쳤다.
반면 생보협회 측은 ‘담합’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각 사별로 결정권자가 아닌 실무자급들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는 차원이었다”며 “회사별·민원별로 사정이 다 다르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진행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자살을 재해로 보긴 어렵기 때문에 모임 이후 각 사별로 자율적으로 대책안을 마련한 것으로 2개사는 지급키로 했고 나머지 10개사는 소송을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
일부 생보사가 대형로펌을 선임해 소송에 나선 것과 관련해서는 “어느 곳을 하라고 정해진 것도 없고, 개별적인 회사결정에 따른 것으로 사안이 중대한 만큼 아무래도 대형로펌을 선호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연맹이 ‘생명보험금청구공동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오는 11월 1일 오후 2시 서울역 KTX회의실에서 피해자 모임을 개최할 예정으로 눈길을 모은다.
생명보험금청구공동대책위는 공동소송 등 대책을 마련하고 ING·삼성·교보·한화·동양·동부·알리안츠·농협·메트라이프·신한생명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키로 했다.
아울러 금융위·금감원에 제재 및 특별검사요구, 가두캠페인, 온라인 서명운동전개, SNS 릴레이 전파 등 대응 운동도 꾀해 향후 행보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