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나도 내각제에 대한 불신 때문에 정·부통령제를 선호했는데, 이원집정부제도 검토해봐야 하지 않느냐 생각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원집정부제는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혼합한 형태를 말하는데 과거에는 이원집정부제라는 표현을 많이 썼으나 최근에는 이원정부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많이 불리며 대통령은 국가원수로서 주로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를 전담하고, 국무총리는 행정수반으로서 내치를 분할 관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국민이 뽑는 대통령과 의회가 선출하는 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것으로 현행 5년 단임의 대통령제가 대통령에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돼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에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이다.
또한 이원정부제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할 수 있고, 의회는 투표를 통해 총리를 선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기 때문에 다당제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연립정부도 가능하며 대통령이 의회가 선출한 총리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어서 의회가 사실상 총리를 임명하는 것으로 의회는 또 총리 불신임권(해임)을 행사해 내각을 견제할 수 있다.
이밖에 대통령은 조약체결․국방통수권․정당해산 제소․계엄선포․긴급명령 등의 권한을, 총리는 행정부 통할․법률안 제출권․예산편성권․행정입법권 등의 권한을 갖게 된다.
특히 김 대표가 언급한 오스트리아식은 대통령제식 이원정부제인 프랑스보다 의원내각제적 요소가 더 가미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며, 더불어 다당제를 기반으로 한 연립정부가 활성화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자문위 위원장을 지낸 김철수 서울대 명예교수는 언론과 통화에서 “오스트리아는 헌법상 대통령에 상당한 권한이 부여돼 있지만 연정 등이 잘돼 대통령이 거의 권한행사를 하지 않고, 의원내각제적으로 잘 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도 김 대표가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를 거론한데 대해 “갈등이 많은 우리나라는 다수결에 의한 승자독식보다는 합의에 의한 분권형 권력구조로서 오스트리아나 독일 같은 나라가 전형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환영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 원내대표는 “대통령을 직선제로 뽑되 대통령에게는 국가 원수, 최고 지도자로서 국군 통수권 등 중요한 비상대권을 부여하고 총리는 국회에서 선출한 의원 내각제 형태이면서 여야가 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바람직하다”며 “차제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비롯, 중대선거구제 등 선거구제 문제도 필연적으로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말으나 구체적 권력구조 개편 방향에 대해서는 국회 특위 등을 통해 신중히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청와대는 난데없이 날아든 ‘상하이발(發) 김무성 개헌론’에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집권 여당 대표이자 잠재적 대권주자 중 한명인 김 대표가 중국 방문을 동행취재 한 기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작심하고 청와대 의중에 반하는 연말 개헌정국을 예고하고 나서자 일부 인사들은 불편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그 파장에 촉각을 세웠다.
물론 청와대는 김 대표의 개헌언급에 반응을 자제하면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으며 언론의 질문에도 “할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청와대가 일일이 반응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무엇보다 개헌론이 기본적으로 권력구조를 건드리는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 박 대통령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등 참석차 국내에 부재중이라는 점 등이 청와대 관계자들의 입을 닫게 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부 인사들은 경제상황 등이 어려운 지금이 개헌의 적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거듭 상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