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원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과 북에서 온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 북한 고위대표단이 4일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2014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을 함께 지켜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남북이 제2차 고위급회담을 개최하는 데 합의하면서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비서 등은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을 방문했다.
북측 대표단은 이날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류길재 통일부 장관 등과 가진 오찬회담에서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말∼11월초 우리측이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측은 우리가 제안했던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0월말∼11월초에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고위급 접촉 개최에 필요한 세부 사항은 실무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 대변인은 또 “북측은 ‘2차 회담이라고 한 것이 앞으로 남북간의 대화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8월 2차 고위급 접촉 개최를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대북전단 살포, 우리 정부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에 반발하면서 대화를 거부해왔다.
그러던 북한이 이날 우리 정부의 고위급 접촉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남북관계는 긴장국면에서 대화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남북의 제2차 고위급 회담 합의에 여야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새누리당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5일 현안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했던 2차 고위급 회담 개최에 대한 합의를 이뤄낸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라며 “이번 북한 인사들의 방남을 계기로 그 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새로운 남북 화해와 협력의 돌파구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4일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합의한 것은 남북의 겨레에게 더욱 뜻 깊고 기쁜 소식”이라며 “그동안 중단됐던 남북 당국간의 대화가 재개된 것은 무엇보다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여야 의원 10여명도 북측 대표단과 면담했다.
여야 의원들은 정홍원 국무총리에 이어 이날 오후 7시5분께부터 10여분간 인천아시안게임 폐회식 시작 직전까지 북측 고위급 인사들과 덕담을 주고받았다.
김 대표는 북측 인사들에게 “우리 국회의원들 20명이 (결승에 진출한) 북한측 여자축구팀을 응원했다”고 인사를 건넸고, 이에 황 총정치국장은 “그래서 우리(북한팀)가 이겼나보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오늘이 10·4 정상회담 7주년”이라며 이산가족 상봉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이 모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2차 고위급회담 개최에 합의했지만 이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무 협의 과정 등에서 뒤집힐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6월 남북당국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수석대표의 ‘격’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회담이 무산된 바 있다. 남북은 또 지난해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하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이 나흘 전에 이를 무산시킨 전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