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맹비난하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실세3인을 인천에 보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권력서열 2~4위로 꼽히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최룡해 당 비서, 김양건 대남비서 등 북한의 고위 인사들은 4일 밤 개최되는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을 방문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평양을 출발, 서해직항로를 통해 오전 10시10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인천의 한 호텔에서 류길재 통일부 장관을 만나 환담한 뒤 폐회식에 참석, 밤 10시께 돌아간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전격적으로 우리측에 황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고위대표단’의 방문 계획을 통보했고 우리측은 이에 동의했다.
북한의 이 같은 고위대표단의 방문은 우리측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최근까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논평에서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기조연설 내용을 맹비난했기 때문이다.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 등 북한전문가들은 이번 북한 고위급들의 방문에 대해 북한의 진의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 교수는 3인의 실세가 한꺼번에 우리측을 방문한 것은 단순히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뿐 아니라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설 진화와 남북관계 돌파 의지가 담겨 있을 것으로 내다 봤다.
북한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7위를 기록했다. 이를 격려하기 위해서라면 최 비서만 와도 된다. 하지만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다음으로 서열 2위인 황 총정치국장과 대남통인 김 비서까지 동시에 방문한 것은 북한이 변화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국내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보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친서 소지 여부에 대해서도 주목된다. 형식은 반드시 서면이 아니라 구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강명도 경민대 교수는 “친서를 갖고 왔을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은 시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남북관계(복원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실세가 다 온 것은 반대급부를 분명하게 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며 “북한은 현재 고립된 상황이므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안 된다. 북한에서 결정한 어떤 입장을 갖고 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