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에 국회의원 세비 인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야는 수개월간 세월호특별법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과정에서 민생법안 처리를 하지 못해 ‘일 안 하는 국회’라는 오명을 썼다.
최근에는 공무원연금 개혁 등으로 인해 “국회의원의 세비는 손대지 않고 국민들의 희생만 강요한다”는 지적까지 나온 상황이다.
기획재정부가 마련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국회의원 세비는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은 3.8% 만큼 상승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의원 세비는 2011년 1억2969만원, 2012년 1억3796만원으로 인상된 바 있다. 지난해와 올해에는 동결됐다.
내년 국회의원 세비 인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국회사무처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 세비는 여야심사로 결정될 사안”이라며 세비인상 여부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장기간 파행 끝에 열리면서 예산안 심사가 졸속으로 진행돼 세비 인상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나온다.
이에 새누리당 일각에서 세비 인상을 원점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여당을 중심으로 세비 인상 반대 목소리가 커질지 주목된다.
세비 인상에 가장 먼저 제동을 건 인사는 세월호 정국으로 인한 국회 파행의 책임을 지고 추석 보너스를 반납했던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다.
이 최고위원은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국회의원 세비를 3.8%인상한다는 안에 예결위원으로서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며 “공무원 봉급 일괄 인상에 따른 결과라는 점을 감안해도 국회의원 스스로 세비 인상안에 대해선 거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벼룩도 낯짝이 있다고 했다. 우리 국회가 무슨 낯으로 세비 인상안에 스스로 동의한단 말이냐”며 “이것은 염치의 문제이고 양심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낯 뜨거워 찬성도 동의도 할 수 없다. 이런 사안이 논란이 되는 것만으로도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부끄럽다”며 “19대 국회 들어 작년과 금년에 국민에게 보여주었던 국회의 민낯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인상거부가 맞다”고 주장했다.
개혁성향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아침소리(강석훈 김영우 김종훈 박인숙 서용교 윤영석 이노근 이완영 이이재 조해진 하태경 의원 등 소속)도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의원 세비인상안에 대해 반대한다. 제19대 국회 선배·동료 의원들도 내년도 세비 동결에 뜻을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19대 국회 하반기는 세월호특별법을 둘러싸고 수개월여 간의 지지부진한 협상을 반복하며 9월 말까지 사실상의 ‘뇌사국회’, 단 한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무능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했다”면서 “이러한 국회가 세비를 인상한다는 것은 자숙하고 반성해야 할 국회가 국민적 신뢰를 한층 더 훼손하는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19대 국회 들어 새누리당 의원들은 지난 2012년 6월 ‘국회 쇄신 방안’의 일환으로 한달분 세비를 반납한 바 있다. 심재철 의원은 같은 해 국회의원 전원에게 서한을 보내 세비인상분에 대한 ‘자진반납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