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의장이 단독법안 처리라는 ‘친정’인 새누리당의 압력에도 “조금 기다려달라는 야당의 진정성을 믿는다”, “야당이 의원총회를 하는 동안 기다리자.”고 설득하며 끈질기게 버티면서 여야에 협상을 통한 합의를 끈질기게 주문한 것이 국회 정상화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정 의장은 지난 1일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이제는 타협의 정신으로 세월호 특별법 국면을 넘어서야 한다”고 당부하였으나 이런 호소에도 세월호법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은 채 정국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정 의장은 정기국회 의사일정과 관련한 여야협상이 난항을 거듭하자 ‘국회 해산론’까지 나온 추석민심을 들어 16일 의장 직권으로 의사일정을 결정하면서 본회의 일정을 잡아놓고 다섯달째 계속된 ‘입법제로 국회’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야당의 등원을 압박했다.
새누리당은 야당이 불참할 경우 여당 단독으로라도 법안을 처리하도록 국회의장 취임 전 한솥밥을 먹었던 정 의장에 압박했으나 지난 달 26일까지도 야당이 본회의 참석을 결정하지 못하고 본회의는 열렸지만 정 의장은 계류법안의 여당 단독처리를 허용하지 않았다.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등원을 약속하며 며칠간 본회의 연기를 요청하자 정 의장은 여당의 단독 법안 처리 요구를 뿌리치고 다시한번 여야에 합의를 촉구했다.
그리고 정 의장은 일단 이날 본회의를 개최했으나 단독 법안처리 시 예상되는 국회 파행을 우려하면서 “야당의 진정성을 믿고 의사일정을 변경하려 한다”며 신뢰의 정치를 내세워 30일 본회의 재소집을 선언하고 9분 만에 본회의 산회를 선포했다.
이로 인해 정 의장은 ‘식물국회’를 더 연장시켰다는 비판에서부터 자신이 ‘법안처리 D-데이’로 약속했던 것을 스스로 어긴 ‘양치기 소년’이라는 비판여론의 몰매를 맞아야 했다.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정 의장을 대권 욕심에 의회정치를 말치고 있고 지적하면서 ‘사퇴권고결의안’을 제출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여당이 국회의장 사퇴권고결의안 카드를 꺼내 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새정치연합이 의원총회를 이유로 개의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에 정 의장은 여당 의원들에게 “여야가 합의정신을 살려 국회를 원만하게 이끌어 나가는 것이 의장의 책무”라며 양해를 구하고 끝내 의사봉을 잡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이날 본회의를 앞두고 야당 의원 40여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등원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따라서 결국 본회의 개의가 연기되는 동안 여야간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됐고, 여야는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다.
이날 오후 7시30분께 여야가 나란히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가 열리자 정 의장은 누구보다 밝은 표정이었으며, 특히 “이제 세월호특별법을 비롯한 쟁점들과 국감 등 국회 일정에 대해 여야가 합의함으로써 본회의를 원만하게 개의하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은 “큰 결단을 내려준 양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지도부에 의장으로서 수고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 “대화와 타협, 합의의 정신에 입각해 국회를 운영해야 한다는 제 믿음에 여야 의원 여러분이 함께 해주셔서 깊은 감사 말씀 드린다”고 언급한 뒤 의사봉을 세번 힘차게 두드리며 151일 만에 입법제로를 끝 낼 첫 번째 법안을 상정했다.
이에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동서화합을 강조해왔고 야당 의원들과의 관계도 좋아 그동안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여야 중진의원을 한분씩 설득했다”며 정 의장의 뚝심이 세월호 특별법 타결의 바탕이 됐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