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 총회장에서 유엔총회 일반토의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다자외교의 꽃’인 유엔(UN) 무대에 공식 데뷔했다.
박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9차 유엔총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한국시간으로는 25일 오전 1시13분.
회색 정장 차림의 박 대통령은 이날 각국 정상 및 대표들의 연설 가운데 7번째로 연단에 올라 약 20분간 우리말로 연설을 했다.
박 대통령은 쿠테사 외교장관의 유엔총회 의장직 취임을 축하하면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는 유엔과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또 시리아 등 내전과 이라크 등지에서 외국인 테러리스트들이 준동해 국제평화에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음을 상기시킨 뒤 “인류의 평화와 발전을 해치는 도전에 맞서기 위해서는 유엔 창설의 기본정신인 ‘인간우선’과 ‘국제협력’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조속한 핵포기를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에 가장 큰 위협인 북한 핵문제가 시급히 해결돼야 한다”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국제평화에 심각한 위협일 뿐만 아니라, 핵비확산 체제의 근간인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스스로 핵을 포기하고 개혁과 개방을 선택한 여러 나라들처럼 경제발전과 주민의 삶을 개선하는 변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 그럴 경우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도 진행 중인 북한의 인권 유린과 관련해서는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상의 권고사항을 채택했다”며 “북한과 국제사회는 COI 권고사항 이행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해서는 “올해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되는 해이나 아직도 한반도는 분단의 장벽에 가로 막혀 있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분단의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세계가 함께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아베 정권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부정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간접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전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어느 시대, 어떤 지역을 막론하고, 분명히 인권과 인도주의에 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절대빈곤과 기후변화 등 국제사회 당면과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방안을 설명한 뒤 한반도 평화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단상 바로 앞에 위치한 북한 대표부 좌석에는 리수용 외무상을 비롯한 북한 인사들이 자리해 눈길을 끌었다.
연설 내내 박 대통령의 유엔 설립의 목적인 '평화'라는 단어를 가장 많은 22차례 사용했다. 이어 북한(16차례), 인권(14차례), 한반도(10차례), 통일(6차례) 순의 단어가 등장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유엔총회에서 수액주사(링거)를 맞으면서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캐나다에 도착한 이후 전날까지 FTA 체결과 에너지 기술 협력, 유엔 다자회의, 그리고 3차례 양자회담을 위해 하루 2∼3시간씩 쪽잠만 자는 등 강행군을 계속했다.
이에 체력 소진을 우려한 수행 의료진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