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위원장은 23일 언론과의 통화에서 “기율(紀律) 없는 당은 당이 아니기 때문에 (기율을 어기는 경우) 절대 그냥 놔두지 않겠다. 당의 기강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강을 해치는 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내 입으로 나열하고 싶진 않지만, 어디 가서 싸움질을 한다든가, 품위를 떨어트린다든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 위원장은 이날 취임 후 처음 열린 당직자 조회에서도 10여분간의 인사말을 통해 격정적 어조로 기강확립을 강조하면서 일단 유명무실화된 당 윤리위를 당기위원회 수준으로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수혈해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그러면서 문 위원장은 “정당은 정부기관 다음으로 기강이 서야 하는 조직”이라며 “기강을 확립하기 위해 해당행위를 엄단하고 규율을 어기면 일벌백계 하겠다”고 말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한 문 위원장은 전당대회 준비 업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무엇보다 당직자들이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키면서 헌신해야 하며 줄 서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자꾸 극단적인 사람들이 당을 향해 해당행위를 하는데 당을 나가고자 한다면 나가게 해줄 것”이라고 당내 극단주의자를 경계해 실제 행동에 나설지 관심을 끌고 있다.
따라서 문 위원장의 ‘기강 드라이브’를 놓고 당내에서는 “시범케이스로 누가 걸릴 수 있다”며 바짝 긴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며 이와 맞물려 문 위원장이 사석에서 했다는 “개작두로 치겠다”는 말도 당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여당인 열린우리당 시절 108명의 초선 의원들이 저마다 ‘튀는 행동’으로 여론의 반발과 민심 이반을 불러일으켰지만 당시 지도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뒷짐만 졌기 때문에 ‘백팔번뇌’라는 조어도 생겨나기도 했다.
특히 문 위원장의 최근 행보를 놓고 비노(비노무현) 중진인 의원인 김영환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당 규율을 잡겠다는 식의 생각은 너무 지나친, 많이 나간 이야기”라고 비판하는 등 당내 일부에서는 “너무 오버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비대위 인선을 놓고 기자회견과 인터뷰로 원색적 비난을 해온 조경태 의원도 교통방송 라디오에서 “해당행위라는 것이 특정계파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당 지지율을 떨어트리고 당을 해치는 행동인지 기준을 명백히 밝혀라”고 요구했다.
심지어 박지원 비대위원은 문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친노와 비노 간 찬반이 충돌하는 모바일투표 도입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두고 “발언을 조심하라”는 ‘경고음’을 날리는 등 비대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문 위원장은 이날 박영선 원내대표, 문재인 정세균 박지원 인재근 의원 등 비대위원, 조정식 사무총장 등 30여명과 함께 비대위 공식 출범 후 첫 외부 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아 현충탑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비대위원들은 당의 위기 상황을 인식한 듯 사적인 대화없이 엄숙한 표정으로 현충탑을 참배하며 순국선열의 뜻을 기렸으며 문 위원장은 방명록에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선조에게 올린 장계에 나온 “今臣戰船 尙有十二(금신전선 상유십이·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한자로 남겼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 자리에는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와 아들 홍업·홍걸씨, 권노갑 상임고문, 정균환 전 의원 등이 동행했고, 이후 비대위원들은 이 여사와 오찬을 함께 했다.
문 위원장은 참배를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김 전 대통령을) 뵙기가 너무 부끄럽다”며 “그 분의 리더십과 정치철학이 당을 있게 했다. 새록새록 그립다”라고 말했으나 아직 봉하마을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 계획은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위원장은 “당을 살리는 것이 시급하지 의례적인 일에 치중할 때가 아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에게 당이 비상상황이어서 가지 못한다고 연락을 드렸다. 이 여사도 ‘힘내서 열심히 하라’고 화답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