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분밖에 남아있지 않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생존해 계신 동안 명예를 회복시켜 드려 한일관계가 잘 발전될 수 있도록 모리 전 총리의 역할을 기대한다.”
지난 19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친서를 들고 온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일본 총리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한 말이다.
아베 총리는 친서를 통해 “오는 가을에 개최되는 국제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만나길 기대한다”며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정식 제안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은 단호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한일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양국관계가 잘 풀리기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상황도 있었음을 교훈으로 삼아 사전에 잘 준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과거사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앞서 ‘위안부의 강제연행을 뒷받침할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고노 담화 작성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 정부가 표현을 두고 조율했다’는 역사왜곡 발언으로 외교적 마찰을 유발했다.
이번 친서에서도 우리 정부가 그동안 요구해온 정상회담 개최 전제조건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캐나다 국빈 방문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20일 출국한 박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25일 새벽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총회에는 아베 총리도 참석할 예정으로, 박 대통령은 기조연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언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같이 대일관계 기조가 경제 문제와는 별도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선(先) 위안부 문제 해결-후(後) 관계개선’으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박 대통령의 단호한 입장은 22∼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 기간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간 대화가 성사되거나 내달 1일 일본 도쿄에서 한일 외교차관급 전략대화 때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