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호봉제 대신 성과에 따른 승진 및 연봉제 도입 추진 등 고강도의 공기업 개혁을 예고했다.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위원장 이한구 의원)는 19일 국회에서 ‘국민 눈높이 공기업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공기업 개혁안을 공개하며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김무성 대표는 축사를 통해 “연일 우리 당의 표 떨어지는 이야기 자꾸 하려다 보니깐 걱정이 많이 된다”며 운을 띄운 뒤 “다 나라 잘 되자고 하는 취지인 만큼 이 자리 참석해 주신 공기업 노조 대표들 다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매년 국감에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이 국민적 공분의 대상이 된지 오래”라며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공공기관이 나랏돈을 쉽게 쓰는 행위는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기업 부채를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부채비율이 65%를 넘어서 국가재정건전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지금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기업 개혁을 이뤄낼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기업도 문제지만 역대 정부의 ‘오럴(Oral) 해저드’도 문제”라며 “공기업 개혁을 입으로만 외치고 결국 흐지부지 끝내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공기업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한구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공기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의 뇌리에 ‘철밥통’, ‘신의 직장’ 등의 단어가 떠오르는 현실”이라며 “과대부채, 과잉복지, 과잉기능의 문제가 겹쳐 공기업개혁의 목소리가 자꾸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공기업은 공공목적을 위해 만든 기업으로 이를 다시 한 번 검토하고 기업성을 좀 더 확실히 갖게 할 필요가 있다”며 “이 일에 굉장히 장애 요인이 많을 텐데 저항을 최대한 줄일 수 있도록 후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날 공개된 개혁안에는 과감한 공기업 출자회사 정리 및 불필요한 지분 매각, 공공기관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총리실 산하에 ‘공공기관혁신위원회(가칭)’를 신설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또 적자에도 불구하고 혈세로 성과급잔치까지 벌였다는 지적을 받아온 ‘철밥통’ 임금체계를 개선하고자 호봉제 대신 성과에 따른 승진 및 연봉제 도입도 추진한다.
당 특위는 향후 각계 의견수렴을 거친 뒤 개혁안 추진을 위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다음달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날 공청회에서 공기업 퇴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최광해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중앙공기업의 기능은 필수적인 기능이 많은데 퇴출시키는 게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김종석 홍익대 교수는 “‘잘못하면 당신들이 하는 일을 민간이 할 수도 있다’고 퇴출 가능성을 열어놓으면 공기업이 굉장히 달라질 것”이라고 맞받았다.
공기업 개혁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민영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조환익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민영화가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는데 공기업지분을 조금 매각하는 자체도 과거 수없이 시도했지만 ‘민영화의 전단계가 아니냐’고 하면서 전혀 시도도 못해보고 끝났다”며 “실천과정에서 정부나 공기업의 사정을 봐가며 현실에 맞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위는 “민영화가 아님을 분명 말씀드린다. 혁신과 정책적으로 고쳐서 지원할 부분이 균형되게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발제자인 박진 KDI 교수도 “국가경영권을 유지하는 한 민영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역대 정부는 공기업의 민영화 시도를 이미 추진해왔다. 김대중 정부는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혁신 정책’을, 이명박 정부에서는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을 추진했지만 자회사 신설 및 사업 확장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KT와 포스코의 경우 민영화 된 공기업의 대표적인 예이다.
박근혜 정부는 민영화는 없다고 했지만 공기업 개혁을 놓고 일각에서는 민영화라고 주장하고 있어 국회 처리 과정에서 공기업 노조와 야당의 반대가 적잖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공청회에는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10여명이 “정권 위한 정책부채, 낙하산 대량 투하부터 개혁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