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간은 성과에 비례한다.” 한국 사회의 오래된 통설이다. 이 통설은 한국 사회의 성공 비결이었다. 1970년대 한강의 기적을 일궈내던 시절, 근로자들은 부족한 기술력과 생산성을 메우기 위해, 오랜 시간 근무하면서 성과를 내왔다. 우리나라 발전을 이끌었던 제조업, 중화학 공업은 시간 대비 성과가 확실하게 보장되는 업종이기도 했다.
지난 9월 10일은 대체휴일이었다. 엄밀히 따지면, 대체휴일은 관공서에만 적용된다. 관공서가 아닌 일반 사기업들은 단체협약이나 근로계약 등을 통해 대체 휴일 유무를 결정한다. 기업에서 대체휴일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불법은 아니다.
그러면서 대체휴일을 하는 기업과 하지 않는 기업이 나뉘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의 표정이 엇갈렸다. 대체 휴일에도 근무를 해야 했던 한 근로자는 “다른 친구들은 쉰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처지면서, 일을 할 맛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체휴일을 적용하지 않는 기업이 많은 이유는 “시간 대비 성과”라는 통설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관리자급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시간 대비 성과”를 몸으로 체득한 세대다. 그들이 몸으로 체득한 경험을 버리기는 쉽지 않은 법이다. 극히 일부 사례이기는 하지만 토요일도 출근해야 하는 기업이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사실 그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발전은 없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옛날식 사고라고 비난하는 그들의 생각은 존중받아야 할 부분이다. 구닥다리 사고 방식이니까 버리라고 강요할 문제도 될 수 없다.
‘시간 대비 성과’라는 아버지 세대의 관념은 어떤 고난에도 표정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우직한 그들의 얼굴을 닮았다. “시대가 바뀌었다” “쉬어야 노동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등의 설득은 그들의 얼굴을 바꾸지 못한다. 그들은 그런 우직함으로 한국 사회를 이끌어 왔기 때문이다.
다만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일해왔는가?라고 정중히 묻고 싶다. 가족을 위해, 성공을 위해, 승진을 위해. 여러 가지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아버지 세대는 ‘자신의 행복’을 생각하지 않던 세대였다. 가족이나 친구,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세대였다. 그들의 삶의 방식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없는 이유다.
아버지 세대인 그들에게는 일이 곧 취미였고, 특기였고, 일상이었다. 일에만 매달리다보니, 적절한 취미도 갖지 못했다. ‘주말에 등산’ 정도가 그들의 취미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면 안절부절 못하고, 일터로 가고 싶어 한다. 그들은 그렇게 살았다.
그들과 만나면 꼭 이 말은 하고 싶다. 오랜 시간 무겁게 짊어진 짐, 이제는 조금 덜어 놓으셔도 된다고. 쉴 때는 편하게 더 쉬셔도 된다고. 즐겨 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지시면서, 이제는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사시라고 말이다. 그리고 “한국 사회를 이 만큼 이끌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CNB=신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