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 밥상머리에는 어떤 것들이 정치 화제로 등장할까. 올해에는 세월호 특별법·담뱃값 인상·공무원연금 개혁 등이 추석 민심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심이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 명절 이후 정국주도권의 향배가 갈리는 만큼 여야는 사활을 걸고 추석 여론전에 나서고 있다.
◇ 세월호에 발목 잡힌 대한민국, 민생은 ‘뒷전’
올해 추석은 지난 4월16일 세월호 사고 이후 첫 명절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놓고 여야와 유가족이 팽팽한 의견대립을 이루면서 정기국회가 정상화되지 못하는 등 세월호에 발목이 잡혀 민생은 뒷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새누리당은 세월호법과 민생법안 분리 처리를 연일 강조하며 세월호 정국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경제가 침체 상황에 놓인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대표는 법안의 분리 처리를 언급하며 노동계·재계 등을 찾아 경제활성화와 복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김 대표는 4일 기자들과 대화에서 “우리 경제지표가 심각하게 좋지 않아 잘못하면 장기간 회복하기 어려운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며 “추석 때 지역에 내려가면 국회 입법이 막혀 있으니 큰일이라고 국민께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임위별로도 민생현장을 찾고 있다. 정무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위원장 정우택·간사 김용태·김상민·김을동·김종훈·박대동·신동우·유일호·이운룡·유의동 위원)은 이날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강동신용협동조합 본점에서 민생현장을 점검하고 신협중앙회 및 조합으로부터 현안을 보고 받는 등 민생을 챙기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추석 명절이지만 서민이 체감하는 경기는 한겨울의 칼바람보다 차갑다. 지금 야당이 있어야 할 곳은 거리가 아니라 국회다. 추석 전에 여야가 의사일정 합의라도 끝내는 것이 비정상적인 국회를 정상화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야당의 국회 복귀를 촉구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법이 최우선의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세월호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다른 법안들의 처리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이미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법을 두 번씩이나 파기하는 등 일부 유가족들에 의해 지나치게 휘둘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 이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국민 설득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에서는 추석을 맞아 지역에 내려가는 의원들을 통해 세월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특별법을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정국 파행의 책임이 정부·여당에 있다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합동 차례를 예정한 8일, 광화문 광장에서 가족들을 위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광화문 광장에서 진행 중인 의원들의 릴레이 단식 농성도 연휴 내내 이어가기로 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위해 성역 없는 조사·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이 무엇보다 우선이란 걸 유가족 앞에 확인하고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황주홍 의원 등 일부 온건파 의원들은 지도부와 강경파 의원들의 장외투쟁을 반대하며 국회에서 민생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하고 있어 추석 이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 담뱃값 인상·공무원연금 개혁, 찬반 여론에 관심 집중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2일 공개한 담뱃값 인상 추진 계획도 추석 밥상머리 화젯거리다.
문 장관은 지난 10년간 동결된 담뱃값을 현행 2500원에서 4500원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담뱃값 인상은 그동안 흡연자들의 강한 정책 저항으로 추진이 어려웠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정책 등이 성공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이 높아져 찬반여론이 어떻게 형성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이한구·김재원,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은 앞서 담뱃값 인상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담뱃값을 인상해야 한다는 데 여야 이견은 없다. 다만 방법에 있어 다소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다수 국민이 담배 관련 세금 인상에 대해 동의하는 것 같다”면서도 “정확하게 얼마를 인상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을 발의한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CNB와 통화에서 “정책의 타이밍을 놓쳤다. 인상폭과 방법에 대해서도 정부 측과 생각이 다르다”고 하는 등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도 추석 밥상에서 빠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당내 경제혁신특별위원회 공적연금개혁분과를 중심으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준비 중이다.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과거 정부에서부터 개혁을 추진했지만 공무원조직의 반발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이를 의식해 주호영 정책위의장은 전국공무원노조 대표단과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 초안이 마련되면 충분한 참여와 의견 개진 기회를 주겠다며 달랬고, 나성린 정책위수석부의장도 “현재 있는 공무원들은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경우 공무원 사회에서는 반발이 심하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는 연금 개혁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상당하다. 또 당분간 큰 선거가 없는 현 시점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적기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 개혁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 사회의 반발을 잠재우고 연금 개혁을 이룰 지도 이번 추석 밥상머리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