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당초 재제심의위원회의 경징계 제재 의결을 뒤집은 것으로 직접적인 퇴진 압박으로 작용되고 있다.(CNB=이성호 기자)
중징계 통보→경징계로 급선회→다시 중징계로 ‘오락가락’
최수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4일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먼저 임 회장은 국민은행 주 전산기 전환사업과 이에 따른 리스크에 대해 수차례 보고를 받았음에도 감독의무 이행을 태만히 했고, 국민은행의 주 전산기를 유닉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강행하려는 의도로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중징계 연유를 설명했다.
이 행장에 대해서는 주 전산기 전환사업에 대해 1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았음에도 위법과 부당행위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사태 확대를 방치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KB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 결정 과정은 매끄럽지 못했다.
KB금융과 국민은행의 경영공백을 초래했고 특히 징계 수위가 오락가락해 금감원 스스로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앞서 금감원은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면서 사전에 중징계를 통보했다. 이후 2달 넘게 소명 등의 절차가 길어졌고 지난달 21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임 회장과 이 은행장에게 주의적 경고인 ‘경징계’ 제제를 의결한 바 있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최수현 금감원장이 고심 끝에 다시 중징계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눠지며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다.
문책경고는 사퇴로 이어지진 않고 남은 임기를 채울 순 있는데 이후 3년간 금융권 임원 선임 자격이 제한된다.
그러나 사퇴 압박이라 봐도 무방하다. 최수현 금감원장은 4일 KB금융 이사회 이경재 의장·국민은행 김중웅 의장을 만나 특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이 행장이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도록 이사회가 나서달라고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 같은 압박 속에서 이 행장은 4일 오후 사임을 표명했다. 그는 “이 시간부로 사임한다”며 은행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고 내 행동에 대한 판단은 감독당국에서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안다”는 입장을 내놨다.
향후 KB가 내우외환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지 추이가 예의주시되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