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소비철마다 카스괴담 등장 “더는 못참아”
경찰, ‘악성루머’ 수사…‘특정세력’ 유포 확인
하이트맥주 본사·대전대리점 대대적 압수수색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날 30여명의 수사관을 급파해 서초동 본사 사옥 등의 내부 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오비맥주의 주력상품인 카스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괴담이 SNS에 퍼지자 오비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비롯됐다.
지난 6~7월 일부 동호회사이트와 트위터 등에서는 “올해 여름 생산한 제품은 피하라” “가임기 여성은 카스를 먹어서는 안된다” “오비맥주 직원들이 카스 수거에 나섰다” 등 출처와 근거를 알 수 없는 글들이 무작위로 퍼날라졌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특정 동호회사이트에 동일한 인물(아이피)이 연속적으로 같은 루머를 퍼트리고 있는 점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이 조직적으로 퍼 날라지고 있는 점 등을 포착해 특정세력이 루머를 퍼트리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해 왔다.
식약처도 그동안 사실 확인에 나섰지만 카스맥주에서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식약처는 지난 7~8월 오비맥주 공장 3곳 및 유통 현장조사, 정밀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소비자 신고제품에서 산화취 원인물질이 시중 유통제품보다 더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난달 26일 밝힌 바 있다.
산화취는 맥주 유통 중 고온에 노출시킬 경우 맥주 원료인 맥아의 지방성분과 맥주 속의 용존산소가 산화반응을 일으켜 발생하는 냄새다.
식약처가 “산화취 성분인 T2N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것으로 현행 식품첨가물공전에 합성착향료로 등재돼 있다. 일일섭취허용량을 설정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카스 냄새 논란은 완전히 가라 앉았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여름에도 이와 비슷한 류의 괴담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지난해 6월 전남 광주공장에서 맥주원료를 발효하던 탱크를 빈 탱크로 잘못 알고 세척액인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400ℓ를 투입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성소다=양잿물’이라는 터무니없는 괴담이 확산됐었다.
당시에도 식약처 조사결과, 문제가 된 제품의 가성소다 잔류량이 정상제품과 차이가 없어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비맥주가 이례적으로 경찰수사 의뢰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이처럼 카스 맥주에 대한 각종 음해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60%를 웃도는 상황에서 경쟁사들과의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각종 루머에 시달리고 있는 터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한편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7일 경쟁사(롯데주류) 소주 ‘처음처럼’을 의도적으로 비방한 혐의로 기소된 임직원들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처음처럼’의 제조용수인 알칼리 환원수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허위 내용을 담은 방송 프로그램을 영업에 활용해 오다 기소돼 전무 황모씨와 상무 장모씨, 팀장급 2명 등이 각각 1~2천만원씩 벌금을 선고받았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CNB와 통화에서 “경찰이 어떤 목적으로 압수수색하고 있는지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며 “빠른 시간 내에 공식입장을 정리해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