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묶여 있던 담뱃값이 이번엔 인상될까. 보건복지부가 국민건강 보호를 위해 담배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담뱃값 인상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뜨거운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문형표 장관은 2일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기자실에서 “흡연율을 낮추려면 가격정책이 최선이기 때문에 담뱃값을 4500원 정도로 올려야한다”며 2000원 인상안 추진 의사를 밝혔다.
◇ 공공장소 흡연금지 정책, 담뱃값 인상 탄력 받나
담뱃값은 지난 2004년 500원 오른 후 판매량이 감소하고 흡연율도 15%p 정도 떨어졌다. 하지만 2008년 이후 흡연율 하락 추세가 정체에 빠지면서 추가적인 금연대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복지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인 ‘헬스플랜 2020’은 37.6%인 성인 남성 흡연율을 2020년까지 29%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 장관은 이를 뒷받침하기위해 담뱃값을 대폭 올리는 가격정책과 보는 이들에게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담배 경고그림 삽입 등 비가격정책을 병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담뱃값은 7000원으로, 우리나라의 3배 높은 수준이다. 문 장관은 “2004년부터 10년 동안 물가상승률만 보정하면 3300원 수준은 돼야 한다”며 사실상 담뱃값이 하락했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흡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담뱃값 인상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르면(2005년 가입), 우리나라는 2008년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넣고 2010년 담배 광고를 규제해야 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못했다.
이 뿐 아니라 올해 우리나라가 FCTC 당사국총회 의장 자격으로 담배규제를 강화해야 할 책임이 커졌다는 점도 담뱃값을 인상해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심각한 흡연 문제와 담배를 피우면 후두암·폐암 등 여러 종류의 암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더 이상 담뱃값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데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담뱃값이 상승하면 흡연율이 감소한다는 연구조사도 담뱃값 인상을 재촉하는 분위기다.
복지부가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담배값을 4500원으로 올리면 흡연율은 48.3%(2011년 기준)에서 44.4%로 감소한다. 담배반출량은 3억5100만갑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장소 흡연금지 등 금연정책이 성공하면서 비흡연자들을 중심으로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도 문 장관의 담뱃값 인상 발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에 더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월 KT&G와 필립모리스코리아, BAT코리아 등 국내외 3개 담배제조사를 상대로 540억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담배 유해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점에도 눈길이 쏠린다.
◇ 정치권, 담뱃값 인상 한목소리… 방법론 놓고 차이
문형표 장관은 “관련법 개정 작업을 최대한 빨리 추진해 담뱃세 인상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통과시키겠다는 것이 복지부의 바람”이라며 조속한 추진을 언급했다.
우리나라 담뱃값은 유통마진 및 제조원가 39%(950원), 담배소비세 25.6%(641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14.2%(354원), 지방교육세 12.8%(320원), 부가가치세 9.1%(227원), 폐기물 부담금 0.3%(7원) 등으로 구성된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복지부 소관이지만 다른 부분의 금액을 올리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논의를 거쳐 국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담배값 인상 관련 법안이 여러 건 올라와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이한구·김재원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에서는 양승조 의원이 관련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이한구 의원과 양승조 의원의 법안은 3천원, 김재원 의원의 법안은 4500원으로 각각 인상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들이 제출한 법안은 지방세인 담배소비세를 인상하는 것으로, 지방세를 올리면 지방자체단체의 재정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여야 공히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의원들은 지방세를 인상한다는 점에서 방법론에 다소 차이가 있고,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앞으로 정치권의 폭넓은 논의와 대국민설득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을 내용으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 의원은 2일 CNB와 통화에서 “정책 타이밍을 놓쳤다. 인상폭과 방법에 대해서도 정부 측과 생각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기국회 처리에 대해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을 내놓아 담뱃값 인상이 올해 국회 문턱을 넘을지 주목된다.
(CNB=최정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