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선에 성공하고, 성남시의회 역시 같은 당 시의원들이 다수당을 차지했다. 하지만 시의장 자리를 새누리당에 내줬던 새정치민주연합측이 뒤늦게 무효표 의혹을 제기해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 4년 동안 성남시의회는 성남시 측과 잦은 갈등과 대립을 빚어 왔다.

지난 7월7일 본회의에서 새누리당 박권종 의원이 시의장으로 의결 선포된지 50일이 지난 시점에 새정치민주연합 시의원들이 투표 용지에 무효표 의혹이 있다는 이유로 재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새정련 측은 당시 자신들이 추천한 감표위원 2명이 초선이다보니 무효투표를 정확히 가리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실수이기는 하지만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기에 다시 확인해 사실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떳떳하다면 재검표 못할 이유가 없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모습도 보였다.

▲ 4명의 감표위원, 2명의 시의회 의원은 뭐했나?

감표위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유효 투표인지 무효 투표인지, 투표인수가 맞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정성을 위해 각 정당에서 2명씩 추천하고 시의회 직원 2명이 참여해 6명의 감표위원을 선정하고 있다.

지난 7월7일 시의장선거의 감표위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추천 조정식, 박호근 의원과 새누리당 추천 이덕수, 박영애 의원으로 구성됐다. 공교롭게도 새정련 감표위원은 모두 초선의원들이었고, 새누리당측은 재선의원들이었다.

당시 시의장 선출 투표과정에서 새정련은 "비밀 투표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공개 투표 의혹이 있다"고 주장, 1차 투표가 무효처리됐고, 재투표 결과 34명 중 19명의 추천을 받아 5선인 새누리당 박권종 의원이 시의장으로 선출됐다.

이때 감표위원 4명과 참관인 2명은 투표용지에 문제가 없다고 인정, 본회의 의결도 정상적으로 선포됐다. 하지만 50일이 지난 후 새정연 대변인인 어지영 의원이 임시회에서 "검표에 문제가 있었다"며 재검표를 요구해 논란이 시작됐다.

본회의장에서 새정련 박호근 감표위원은 무효표를 봤다고 주장했다. 당시 왜 문제를 지적하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때는 초선이라 몰랐다"고 답변했다. 

시의회 직원들은 새정련의 행보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직원들은 당시 두 감표위원들에게 무효표와 유효표의 구분에 대해 충분히 공지했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시의원들은 새정련의 재검표 주장에 대해 다른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 새정치민주연합의 속내는?

현재 성남시의회는 34명으로 이중 새정련이 18명, 새누리당이 16명이다. 정당공천제 실시 이후 최초로 새정련이 성남시에서 다수당을 차지했다. 하지만 새정련은 내부 갈등으로 당연히 가져와야 할 시의장 자리를 새누리당에 넘겨줬다.

이렇다보니 이번 재검표 요구가 시의장 자리를 찾아오기 위한 전술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만약 새정련의 주장대로 재검표가 이루어져 2명의 투표가 무효로 인정된다면 재투표를 해야 한다. 재투표가 이뤄진다면 과반수가 넘는 18명의 시의원을 확보한 새정연이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검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불신임안을 제출해 다시 시의장을 선출하려는 속내도 엿보이고 있다. 새정련은 공개적으로는 검표에 문제가 있어 확인하려는 것이라고 애써 강조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불신임까지 끌고 갈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최만식 대표 역시 기자회견에서 재검표를 하지않으면 이번 회기안에 반드시 불신임안을 제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이러한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 재검표 가능할까?

새누리당은 말도 안된다고 잘라 말한다. 새누리당은 이러한 일까지 예측해서 경험있는 재선급 의원을 감표의원으로 선임했기 때문에 이들이 절대로 실수할 리 없고, 특히 시의회 직원 2명도 함께 검표했기 때문에 무효표가 발생했을리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정련은 초선들이 감표, 검표하다보니 실수한 것 같다며, 실수는 실수고 잘못된 것은 늦었더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렇듯 34표를 6명이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양당 4명의 입장이 확연히 다른 가운데, 새누리당은 법적 자문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국회의정 연구원이자 성남시의회의 입법 고문인 최민수 박사는 투표에 대한 모든 사항은 감표요원들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투표 당시에 이의제기 없이 유효하게 되었다면 적법하고 유효한 것이며, 사후 이에 대한 이의가 있으면 사법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의장 선거 시 양당 감표의원의 이의제기 없이 개표가 완료되고 본회의에서 의결 선포된 사항이라면 재검표 요구는 안건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정련은 시의장 선거와 관련한 재검표 요구 및 시기성에 대해 이미 법조계와 선관위, 지방자치연구협회, 타 시군의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타당한 요구라며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검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은 새누리당과 박권종 시의장이 법률적 하자가 없다는 이유로 동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새정련의 불신임안 상정도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지난 6대 시의회에서도 야당이 불신임안을 제출했지만 시의장이 계속 거부하며 2년 임기를 마친 것으로 보아 이번 재검표 주장도 단순한 정쟁에 그칠 전망이다.  

재검표 논란으로 2개월만에 어렵게 문을 연 성남시의회가 시작부터 정쟁으로 치닺는 형국에 대한 공직자들과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출범부터 정쟁으로 치닫는 제7대 성남시의회 의원들의 자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