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범(汎)삼성가에서 다음달 4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해 화제다.

특히 이재현 회장의 부친인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유산상속을 두고 송사를 벌이면서 삼성과 CJ의 관계가 서원해진 바 있던 터라 탄원서 제출 배경에 더욱 시선이 쏠린다.  

재계에 따르면 이번 탄원서 제출이 성사된 배경에는 삼성가 여인들의 힘이 컸다.
 
범삼성가 여인들 중 가장 웃어른 격인 손복남 CJ그룹 고문이 병세가 극도로 악화된 아들 이재현 회장을 위해 간절히 도움을 요청하자 이 회장의 숙모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건희 회장의 부인)이 이를 받아들여 탄원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 관장이 나서면서 이 회장의 건강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우려를 갖고 있던 고모와 숙모들도 함께 탄원서에 이름을 올렸다.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장녀 이인회 한솔그룹 고문, 차녀 이숙희, 3녀 이순희, 막내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둘째 며느리 이영자씨 등이다. 탄원서에는 삼성가의 여인들 외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상속소송 제기 이후에 용인 선영에서 지내는 선대회장 추도식은 이맹희, 이건희 회장이 각기 따로 지내왔다. 하지만 삼성가 맏며느리 손복남 고문이 CJ그룹 인재원에서 모시는 선대회장의 제사에는 홍 관장이 참석해 언론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형제다툼으로 분란을 겪을 때도 삼성가의 여인들은 꾸준히 연락을 이어오면서 가족의 화해를 위해 노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탄원서에는 예전부터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수감생활을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었으니 선처해달라는 내용과 함께 회장 부재로 CJ그룹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의 탄원서 내용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가족 간의 정리를 들어 탄원서를 작성한  만큼 서로 염려하는 마음과 화해의 염원이 담겨져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삼성그룹과 CJ그룹 관계자들은 “집안의 일이기 때문에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재계에서 항소심 선고를 보름여 앞둔 지난 19일 제출된 삼성家의 탄원서가 단순한 탄원서가 아닌 범삼성家 화해의 전조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앞서 지난 2월 상속 분쟁에 대한 법원의 항소심 선고 이후 이맹희 회장 측이 대법원 상고를 포기함에 따라 갈등이 어느 정도 누그러졌고, 최근 공개된 이재현 회장의 건강 상태가 상당히 위중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모, 숙모들의 걱정이 커진 상태기 때문이다.

이번 탄원서가 재판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지만 선고공판을 앞두고 가족끼리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삼성가는 물론 재계도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