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가을마당의 문을 여는 화두는 ‘삼국유사’다.
천년의 고서이자 한국 사상의 정수를 담고 있는 삼국유사를 통해 우리만의 고전을 새로운 창작극으로 만들자는 취지로, 국립극단는 2012년 ‘삼국유사 프로젝트’를 다섯 편 연속으로 선보인 바 있다.
올해는 ‘삼국유사 연극만발’ 시리즈로, 젊고 도전적인 연출과 작가들을 참여해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작품을 발굴할 예정이다.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9월 5일부터 21일까지 공연하는 연극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은 그 첫 작품이다. ‘삼국유사’의 만파식적 설화를 바탕으로 현대와 과거를 넘나드는 판타지를 가미해 새롭게 썼다.
만파식적은 신라 신문왕 2년에 용으로부터 대나무를 얻어 만들었다는 전설의 피리다. ‘삼국유사’에는 효소대왕 때 화랑 부례랑의 실종과 함께 만파식적을 도난당했고 이후 부례랑의 귀환과 함께 다시 찾게 되지만 다음 원성왕 때까지 보관되다 자취를 감추었다고 쓰여 있다.
작품은 이 단 두 줄의 기록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조화와 치세의 상징인 만파식적을 현대인이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했다.
전설의 피리를 갖기 위해 욕망의 정쟁을 벌였던 신라의 이야기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력의 욕망에 충실한 현대인의 모습을 병치한 것이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 혼란스러웠던 정국의 상황은 현대사회의 아비규환을 닮았다.
작품은 설화 속 인물들과 그들의 현대판 인물이 교차하면서 과거나 현재나 다름없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그리고 있다.
현대와 과거가 교차되는 설정과 평범한 주인공이 절대 권력을 상징하는 물건을 갖게 된다는 설정은 장르소설의 분위기를 풍기며 참신하고 흥미롭게 고전을 재해석하고 있다.
최근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연극 ‘해무’로 데뷔해 고전 각색과 창작을 두루 병행하며 탁월한 이야기꾼으로 인정받고 있는 김민정 작가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탄탄한 연출력을 선보인 박혜선 연출이 현대인과 사회의 단면을 특유의 감각으로 포착해냈다.
한편, 국립극단은 ‘만파식적 도난 사건의 전말’을 시작으로 ‘삼국유사’에서 영감을 받아 새롭게 쓴 희곡 다섯 편을 국내의 젊은 연출과 작가들이 다양한 형식과 이야기로 펼쳐 보일 예정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