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은 의심해 수상히 여기거나 그런 마음을 뜻한다.
‘오해’는 그릇되게 해석하거나 뜻을 잘못 아는 것, 그런 해석이나 이해를 말한다.
의혹과 오해는 늘 상존한다. 제기한 의혹이 사실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오해인지는 가려내기 쉽지 않다.
최근 생명보험협회가 의혹과 오해의 중심에 서 있어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생보협회가 임원의 업무공백을 막는다는 구실로 차기임원이 선임될 때까지 현 임원이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관피아(관료+마피아) 출신인 현 김규복 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김 회장의 임기는 올해 12월로 만료된다. 임기만료와 동시에 새로운 회장이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면 ‘의혹’은 단순한 ‘오해’가 된다. 하지만 보험업계 안팎의 분위기는 손쉽게 회장이 선출될 것 같지 않은 분위기다.
최근 1년여 만에 가까스로 외부인사 출신의 회장을 선출한 손해보험협회가 대표적인 예다.
그동안 금융 유관기관(협회)의 수장은 관피아들의 차지였다. 이는 손보협회가 1년 가까이 회장을 선임하지 못했던 이유로, 정부 눈치를 봐왔고 더욱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관피아 배제 분위기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생보업계도 현재 김 회장이 선출되기까지 곡절이 컸다. 보험업 경험이 전무한 재무관료 출신 인사이기에 낙하산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정관변경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는 명확하다. 정부 의지(?)대로 관피아를 끊고 후임 인사를 빠르게 진행할 지 여부는 지켜볼 일이기 때문이다. 후임 회장을 제때 선출하지 않으면 현 회장이 회장직을 이어갈 수 있기에 수차례 ‘연임’이 가능한 개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생보협회측은 말도 안 되는 오해라고 일축하고 있다.
향후 발생할 지도 모를 장기적인 회장 공백상태에서 업무상 차질이 발생하는 부문을 해소하기 위함이지 다른 뜻은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 회장이 용단을 내려 임기 중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놓고 나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의혹의 눈초리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금융 유관협회 초유의 회장 공백사태가 발생됨에 따라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비책(정관변경)을 내놨다는 게 생보협회의 입장이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손보협회장 선출 때와는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지난해 손보협회장 선출 때는 관피아 관행이 만연했었다. 정부관료 출신이 낙하산을 타고 각종 협회장 자리에 내려오는 게 비일비재했고, 이로 인해 여기저기서 논란이 일었다. 결국 낙하산 인사가 회장 장기공백을 자초한 셈이 됐다.
하지만 현재는 관피아 배제로 인해 민간 출신의 인사를 앉혀야 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회장 선임에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장기간 회장 공백은 우려할 만한 사항이 아니며 현 정관대로 부회장이 새 회장이 올 때까지 직무를 이어나가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을 염려해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생보협회에 마냥 색안경을 끼고 들여다보자는 것이 아니다.
순수한 의도대로 추진하면 되는 것이다. 의혹인지 오해인지는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생보협회가 정관 변경을 확정함과 동시에 후임 회장 선출을 서둘러 일각에서 제기하는 연임 의혹이 오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면 된다. 의혹을 불식시키는 몫은 스스로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