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협회는 회장 선임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연임을 염두에 뒀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된다며 발끈하고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CNB=이성호 기자)
개정안 ‘후임회장 선출 때까지 현회장 연임’
시민단체 “현회장 연임 밀어주려는 꼼수”
협회 측 “업무공백 없애려는 장기적 대안”
생보협회가 ‘임원의 업무공백을 차단하기 위해 차기임원 선임 시까지 현임원이 직무를 계속 수행토록’ 정관 변경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모피아(재무관료+마피아) 출신인 현 회장(김규복)의 연임을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관피아 척결’이라는 정부시책에 역행하고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는 것.
금소연은 생보협회가 지난해에도 정관 변경을 시도하다 비난 여론에 밀려 좌초된 바 있음에도 또다시 정관 개정을 추진하려는 데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 문제가 부상하면서 관료 출신인 김규복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어렵게 되자 정관 변경을 통해 얼마간이라도 자리를 보전시키려는 의도라는 게 금소연 측의 주장이다. 올 12월로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은 전 재정경제부 기획관리실장 출신으로 전형적인 모피아로 꼽히는 인물이다.
금소연은 지난 50여년 간 별다른 문제없이 후임 회장을 선발해온 생보협회가 유독 이 시점에 정관을 개정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생보협회 정관에 따라 회장 등 임원의 임기 만료 전에 후임자가 선출되지 않으면 부회장이 직무를 이어받으면 되고, 이러한 사태를 우려한다면 미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후임을 선발하면 된다는 것이다.
즉 적당한 후임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후임 회장을 뽑지 않으면 현회장이 계속해서 회장직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수차례 ‘연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생보협회, 회장 연임 염두? 오해
생보협회는 이와 관련, ‘오비이락(烏飛梨落)’이라는 입장이다.
생보협회는 비슷한 사례로 손해보험협회장 선출과정을 들었다. 손보협회는 지난 2013년 8월 회장 임기가 만료됐으나 근 1년간 후임 회장을 선출치 못해 공석으로 경영공백을 야기 시켰고, 이달 18일에서야 임시총회를 열고 제52대 회장으로 장남식 前 LIG손해보험 사장을 선임했다. 자칫 잘못하면 생보협회도 손보협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생보협회 관계자는 CNB에 “본래 의도와 다르게 회장 연임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등의 오해가 있을까봐 최근까지 기다려온 사안”이라며 “현재까지는 정관을 바꾸지 않아도 회장의 업무 공백상태가 생기는 전례가 없었으나 최근 손보협회에서 경영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정관 변경을 꾀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장 연임이 목적이라면 진작에 추진했을 것 아니냐”며 “장기적인 공백 상태로 업무상 차질이 발생할까 우려돼 정관 개정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즉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정관 개정을 추진했으나 연임 의혹을 불러일으켜 후퇴한 바 있었지만, 최근 1년여 만에 손보협회장이 선임되면서 업무상 차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다시 정관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또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및 상법에서 임기가 만료된 임원·이사가 후임자가 선임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토록 하고 있는 점도 강조했다.
생보협회는 정관 변경에 대해 이번 주까지 이사회에 상정, 찬반여부를 묻고 변경 쪽으로 취합될 경우 1주일간의 의견수렴기간을 거쳐서 오는 9월 초 총회에 상정해 최종적으로 정관 변경을 하고 금융감독당국에 허가를 받을 예정이다.
이 같은 생보협회의 정관 변경 작업이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를 말끔히 씻고, 바르게 규정화돼 협회가 주장하는 의도대로 적용될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CNB=이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