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4.08.12 10:13:21
새정치연합은 전날 의총에서 강경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난주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백지화하고 새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빗발친 탓에 결국 지도부가 “다시 협상을 추진한다”는 결의문을 채택하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 물러서야 했다.
새정치연합은 장장 4시간 30여분에 이르는 의총 논의 과정에서 기존 합의안을 ‘추인하지 못한다’는 문구를 넣느냐 마느냐, ‘추가협상’이냐 ‘재협상’이냐 등 결의문 문구를 놓고서만 1시간 이상 격렬한 찬반 논쟁을 벌여 심각한 내상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쟁점은 소속 의원과 희생자 유가족들의 이해와 동의를 미리 구하지 않았다는 절차상 문제와 야당 또는 진상조사위원회의 특별검사 추천권 행사를 관철하지 못한 내용상 문제로 모아졌다.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의총 모두발언에서 특별법 합의 내용과 배경, 진행 중인 실무협상 과정을 소개하면서 “아직 세부협상이 남아있다. 세부협상 과정에서 유가족이 원하는 특검 추천 부분을 최대한 노력해서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소용이 없었다.
이날 새정치연합 의총에는 70여명의 참석 의원 중 30여명이 발언을 신청했는데 “합의안 무효 선언을 하고 재협상하자”고 촉구한 의원이 다수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갑작스러운 합의 과정의 문제를 지적한 뒤 “조항 타협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유가족 및 국민적 지지와 동의 여부, 진실규명을 위한 실질적 조사권 보장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라면서 “전투도 전쟁도 졌다. 전면 재협상하고 안 되면 깨라”고 주장했다.
유승희 의원은 “협상 자격이 없다. 다른 사람이 (협상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우원식 의원은 “합의안을 추인하지 못한다는 말을 결의문에 넣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환 의원도 의총장을 나와 “원점에서 다시 전면 재협상할 것을 의총에서 요구했다”고 전하기도 했으나, 일각에서는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고 진행 중인 추가협상 경과를 지켜보자는 견해도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의원은 “박영선 국민공감혁신위원장을 중심으로 전폭적 신임을 보내고, 특검 추천권이 없는 특별법은 인정하기 어려우니 내일 추가협상을 계속 하는 것으로 정리하자”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곤 의원은 “여야 합의 내용은 국민정서와 거리가 있어 추인하기 어렵지만 일방적 합의 파기가 당 대표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니 가부 판단을 유보하고 박 대표의 추가협상 후 판단하자”고 발언했다고 전했다. 윤관석 의원도 의총장을 나와 “11개 합의안을 보면 추가 협상할 부분이 충분히 있다. 추가협상을 해서 얻어낼 것은 얻어내자는 의견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황주홍 의원은 블로그를 통해 “이번 합의는 미흡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이제 와서 재협상하자며 판을 깬다고 여당이 들어줄 리 없고, 공연히 국민 눈에 보이는 우리 모양새만 엄청 구겨져버리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격론 끝에 새정치연합은 추가협상도 재협상도 아닌 ‘다시 협상한다’는 표현을 결의문에 넣으면서, 기존 여야 원내대표 합의의 백지화 여부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는 어정쩡한 모양새로 봉합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따라서 여야는 12일 원내대표간 회동 등을 통해 절충을 시도할 방침이지만 입장차가 커서 난항이 예상되며, 특히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야당의 요구를 사실상 합의 파기로 보고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지난주 전격 합의한 세월호특별법의 13일 국회 본회의 처리와 세월호청문회의 18~21일 개최도 불투명하게 됐으며, 오는 26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도 차질을 빚을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