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에는 인체에 무해한 가성소다 극소량이 일부 생산라인에 첨가되면서 침소봉대(針小棒大)식으로 뜬소문이 확산된데 이어, 최근에는 오비의 주력상품인 카스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괴담이 SNS에 퍼져 오비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때만 되면 불거지는 소문의 실체를 CNB가 추적했다. (CNB=도기천 기자)
경찰, ‘카스괴담’ 수사…동일 아이피 추적
식약처, 생산공장 조사 “현재 문제없다”
오비맥주 “이번엔 못참아” 강력 법적대응
최근 들어 일부 동호회사이트와 트위터 등에서 “카스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카스 제품을 마셨다는 일부 소비자들이 트위터 등에 올린 글을 일부 누리꾼들이 카카오톡과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퍼 나르면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7일 CNB취재진이 국내 유명 동호회사이트와 트위터 등에 유포되고 있는 내용들을 확인한 결과, “올해 6~8월 사이에 생산한 제품은 피하라” “가임기 여성은 카스를 먹어서는 안된다” “카스 생맥주에서 소독약 냄새가 나서 업소주인에게 항의한 적이 있다” “해수욕장 인근의 이마트에서 카스 캔맥주를 사왔다가 냄새가 나서 다 버렸다” “카스의 소독약문제로 (롯데) 클라우드 매출이 엄청 오르고 있다더라” “(오비맥주가) 탱크청소하려고 소독약 부었는데 그거(소독약) 안빼고 카스 만들었다고 들었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처럼 소문이 확산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최근 수차례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식약처는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부터 이천, 청원, 광주 등 오비맥주 제조공장을 수차례 조사 한 결과 “제조공정과 제품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7일 CNB와의 통화에서 “소독약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몇 건 접수돼 확인에 나섰지만 현재까지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심각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해 식약처 차원의 조사계획은 없으며, 민원이 접수된 건에 대해서만 개별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접수된 민원 규모에 대해서는 “지방청별로 접수돼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대략 10여건 안팎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소비철마다 괴담 등장
이같은 식약처의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루머가 계속 확산되자 오비맥주 측은 이달 초 경찰에 정식 수사를 의뢰했다.
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카스에 관한 루머가 대부분 소비자 본인이 겪은 일이 아니라 주변으로부터 전해들은 얘기라는 점 ▲특정 동호회사이트에 동일한 인물(아이피)로 추정되는 사람이 연속적으로 같은 루머를 퍼트리고 있다는 점 ▲일부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연속적으로 복사해서 퍼 나르고 있다는 점 ▲온라인상에서 문제점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식약처에 접수된 민원은 몇 건에 불과하다는 점 등이 확인됨에 따라 특정세력이 악의적인 목적으로 유언비어를 퍼트렸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7일 CNB와의 통화에서 “여름철 맥주시장이 과열되면서 특정집단이 불순한 의도를 갖고 주력제품인 카스에 대해 악성 루머를 계속 유포한 정황을 포착,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며 “회사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괴담에 대해 강력히 법적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여름 성수기 때도 이와 비슷한 류의 괴담에 시달린 경험이 있다.
지난해 6월 전남 광주공장에서 맥주원료를 발효하던 탱크를 빈 탱크로 잘못 알고 세척액인 가성소다(수산화나트륨) 400ℓ를 투입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가성소다=양잿물’이라는 터무니없는 괴담이 확산됐다.
식약처 조사결과, 문제가 된 제품의 가성소다 잔류량이 정상제품과 차이가 없어 인체에 무해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루머가 수그러들지 않자 오비 측은 6월29일부터 7월9일까지 이 공장에서 생산한 캔맥주·병맥주·생맥주 158만2140ℓ 전량을 회수했다.
당시 사건은 여당 소속 한 국회의원의 지적에서 비롯됐는데, 업계에서는 이 문제를 최초 제기한 A의원의 보좌관 B씨와 오비맥주 경쟁업체 간의 석연찮은 관계가 조심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오비맥주가 이례적으로 경찰수사 의뢰라는 초강수를 둔 것도 초기에 유언비어를 진화하지 못할 경우, 지난해 가성소다 사건 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뜬소문들은 맥주시장 경쟁이 과열되면서 확산돼 온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는 지난 4~5월 잇따라 맥주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을 과열시켰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정통 영국 스타일의 프리미엄 에일맥주 ‘에일스톤(ALESTON)’을 선보였고, 며칠 뒤 하이트진로는 부드러운 목넘김을 강화한 맥주 브랜드 ‘뉴 하이트’를 새롭게 내놨다. 여기에 최근 롯데는 독일식 프리미엄 라거맥주를 표방한 ‘클라우드’를 출시해 오랜 숙원사업인 맥주시장 진출의 꿈을 이뤘다.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60%를 웃도는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쉼없이 도전장을 내미는 가운데 오비맥주의 최대무기인 카스에 대한 흠집내기가 계속돼 왔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번 일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다시 주류업계의 치킨게임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2012년에는 하이트진로(참이슬) 임직원들이 알칼리 환원수를 앞세운 롯데주류(처음처럼)에 대한 유해성 논란 비방을 했다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에는 충북 청주의 한 음식점에서 ‘참이슬’ 소주에 경유가 유입된 사건이 발생했는데 롯데주류가 관련 기사를 퍼 나르고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이 과열되면서 주류업계에는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잡으려 혈안이 돼 있는데, 모두가 공멸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유독 카스 맥주에서 괴담이 발원되고 있는 건 오비의 대주주가 외국계 기업(AB인베브)인데다, 업계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비맥주 경쟁사의 한 관계자는 “식약처와 사법당국에서 조사해보면 금방 밝혀질 일인데 누가 그런 짓(괴담 유포)을 하겠냐”며 선을 그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