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섭기자 | 2014.08.06 08:58:45
박 대통령이 이날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일벌백계’(一罰百戒)의 고강도 문책 방침을 천명하자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오후 5시30분께 사의를 표명하는 등 군 수뇌부 문책론이 현실화됐다.
또한 박 대통령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시신 확인 과정에서 마찰을 빚은 검찰과 경찰을 질책하며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고 질책하자 곧이어 이성한 경찰청장의 사의를 표명했다. .
박 대통령이 지난주 닷새간의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뒤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서 윤 일병 사건 등과 관련해 심상치 않은 여론 악화를 의식해 ‘엄정 대처’ 방침을 천명하며 ‘추상같은’ 모습을 보이자마자 핵심 수뇌부들 줄줄이 옷을 벗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임 경찰청장에 강신명(50) 서울지방경찰청장이 6일 경찰청장으로 내정됐다. 청문회를 통과하면 사상 첫 경찰대 출신 경찰수장이 된다. 강 내정자는 1964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대구 청구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찰대 2기로 입문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정보과장과 경기지방경찰청 정보2과장, 서울지방경찰청 경무부장, 경북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냈다.
경찰청 정보국장과 수사국장 등 주로 정보와 수사 분야에서 근무해 오다 지난해 박근혜정부 출범과 함께 사회안전비서관으로 발탁됐었다. 다른 치안정감 후보들에 비해 청와대의 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날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일벌백계 언급은 군 당국이 가해병사들의 상습적 폭행사실을 은폐한 의혹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 ‘입영거부’까지 거론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추상 같은 모습은 세간의 악화된 민심이 자칫 세월호 참사 후 국정 정상화에 시동을 건 2기 내각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긴급 처방전’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모든 가해자와 방조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 있는 사람들을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 또다시 이런 사고가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뿌리 뽑기 바란다”고 말한 것은 군통수권자로서 가해병사들은 물론 군 수뇌부 등에 대한 문책이 가볍다는 여론을 가감 없이 수용해 일벌백계의 의지를 공표함으로써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셈이다.
군 수뇌부 문책이 현실화되면서 어디까지 문책론이 확산될 지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야당은 윤일병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에 대한 문책론을 들고 나왔으며, 이와 맞물려 지난 6월30일 취임한 한민구 국방장관도 문책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전망도 제기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권 육참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김 안보실장과 한 국방장관이 문책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문책에 성역이 없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야당 일각에서 제기한 ‘사과 표명’과 관련해서는 “있어서는 안 될 사고로 귀한 자녀를 잃은 부모님과 유가족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참담하다”는 입장표명만 했고, 한 국방장관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전날 발표한 자신의 대국민 사과 내용을 보고하자 박 대통령은 “적폐를 뿌리 뽑는 계기를 만들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대통령이 직접적인 ‘사과’ ‘유감’ 등의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일벌백계를 강조하면서 “참담하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에둘러 적절한 수준의 유감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