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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교수의 공연예술산책

2. 폭염을 녹이는 밀양여름연극축제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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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락현기자 |  2014.08.04 17:45:39

연극무대에서 대세 男, 배우 윤정섭
     
“배우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연희단 거리패 초쳔작 아리랑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윤정섭( 사진 김건표 교수)


배우 윤정섭(32). 그가 출연한 연극 몇 편을 본적이 있다. 


TV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얼굴 기준을 적용했을 때 외모만으로는 대세남의 이미지는 아니다. 연극무대에서 연기만큼은 잘 나가는 대세남이다.


눈에 들어오지 않던 배우 윤정섭은 명동예술극장에서 올려진 ‘피의결혼’에서 레오나르도 역할을 맡고는 나이답지 않게 연기의 깊숙한 절제의 내면을 보여주었고, 관심을 끌었다.


이 배우가 표현하는 인물의 움직임은 간결했고, 감정은 깊숙한 곳에서 흘렀다. 주어진 역할의 내면을 충실하게 펼쳐놓고 있었다. 관객도 배우의 숨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그 감정에 마음은 녹아내린다. 


자신을 숨기고 인물의 내면으로 배우의 강렬함을 소리 내지 않듯 표현하는 배우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기회가 닿지를 않았다. 2개월 만에 그와 마주했다.


무대에서는 키가 커 보였지만 막상 마주하니 큰 키는 아니었다. 배우의 몸으로 다져진 신체는 균형이 잡혀있었다. 밀양연극촌 으로 내려와 공연준비를 하면서도 주차 관리를 돕고 있었다. 검게 그을린 얼굴 피부에 붙여진 콧수염은 사극배우를 연상하게 했다.


인터뷰는 매표소 사무실 안쪽에 마련된 북 카페에서 진행됐다. 두 명이 마주하기에는 공간은 컸다. 소리는 울림으로 길게 늘어졌다. 그가 왼쪽으로 앉았다. 측면 얼굴을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배우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는 편인데 피의결혼 레오나르도 역할에서 보여준 연기는 매력적으로 생각됐다. 인물의 내면이 움직임과 감정으로 간결하게 표현된 것 같다. 인상적이었다.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은 어땠나?”


그는 한 마디를 물으면 말을 쉽게 꺼내지 않았다. 긴장과 이완이 익숙한 배우에게도 인터뷰는 적응되지 않은 듯 했다. 마주잡고 비벼대는 손바닥 속도는 감정이 됐다. 


“플라멩코 춤을 익혀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어요. 연습 시간이 짧은 상태에서 제가 표현해야 할 플라멩코를 책임질 만큼 연습을 했죠. 몸을 움직인다는 건 자신이 없습니다.  부담을 많이 느꼈어요. 선배들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배우가 주어진 인물의 내면을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상생활에서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만큼 타자의 대한 이해는 속도가 느려진다. 충분한 교감과 이해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배우는 내나 아닌 다름 사람이 되는 것이 직업인 셈이다.


그것이 주어진 역할이고 감정의 논리로 풀어내야할 숙제이다. 타인의 감정을 배우의 육체와 이성으로 꼭 숨기고 절제하면서 밖으로 조금씩 꺼낸 놓는다는 것, 직업이 연극배우여도 쉽지 않다.


표현해야 할 인물 내면이 간결하게 표현이 된 것 같다.


“배우는 무대에 섰을 때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무게감이라는 게 단순히 배우의 존재에 대한 무게가 아닙니다. 레오라르도 삶에 찌들어 있는 깊은 호흡이 있어야 해요. 그게 뭔지를 스스로에게 질문을 했어요. 숨 막히는 공간에서 인간본능이 쫒는 바깥세상의 갈망이 상상 속에서 움직였어요” 


윤정섭이라는 배우는 인터뷰 자체를 쑥스럽게 받아들이고 표현했다.


무대에서 거침없이 감정을 감고 속도를 내는 배우도 속내를 드러내는 질문에는 익숙하지 않은 듯 했다.  한마디를 끝내는 데에는 여러번 숨을 바깥으로 뱉고, 시선은 자신의 생각으로 향했다. 
 
연극배우로써는 젊은 나이다. 8년 정도의 극단생활을 하면서 주인공을 많이 한 편이다. 다른 배우들에 비해 운이 좋은 것 같다. 배우가 왜 매력적인가.


“누군가에게 감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배우로써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배우가 관객에게 뭔가 해줄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연극을 하면서 사람들이 울고, 웃으면서 기분 좋게 극장 밖을 나가는 모습을 보고,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


그의 입단은 배우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용인대 연극영화과 재학시절 연기지도교수였고, 윤정섭을 적극 추천했다. 우리극연구소 에서 워크샵을 하면서 배우로써 준비과정을 거쳤다. 2007년도에 ‘연희단거리패’에 15기 단원으로 입단해 30여 작품을 했다. ‘꿈의 연극’이라는 작품으로 데뷔 6년 만에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배우는 내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행동과 말은 배우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학교무대와 관객층도 다르고 배우로써 책임감도 그 만큼 커지니까요”

▲연희단거리패 배우 윤정섭( 사진 김건표 교수)

극단에 입단해서 출연작품을 묻는 질문에는 기억을 느리게 꺼내 놓는다. 비스듬한 시선으로 속도의 동작들을 쳐다봤다. 표정은 매우 진지했고, 말 보다는 얼굴의 움직임으로 더 많은 의미를 만들어 냈다.


물었다. “연희단의 특성상 다작을 한다. 다양한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쏟아내는 만큼 배우로써 인물이 바뀌어 지는 번거로움도 있을 것 같다. 긴 시간의 호흡을 통해 인물이 완성되어 가야 하는데 찍어내면 쫒길 수밖에 없고, 배우로써 불편함이 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숙련이 된다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빠르게 말을 받는다. “선배들은 연습을 공연처럼 만들어 낸다. 연출자가 요구하는 장면을 연습과정에서 표현한다. 그것이 숙련된 배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표현들이 몸에 체득되어 있는 것 같다.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은 그런 방식으로 연습하고 훈련한다. 아직 부족함을 느낀다. 그런데 사람이 다급해 지면 나도 모르는 감정이 폭발할 때가 있다. 그때 좋은 장면과 감정이 나온다” 


배우가 등장인물을 처음 접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나?


“등장인물과 비슷한 상황들을 생각해 낸다. 피의결혼 레오나르도와 같은 삶과 상황에서 압박을 받고 있는 갈등과 욕망을 대입시킨다. 상황이 같지는 않지만 감정과 정서로써는 비슷한 경우가 많다. 그 과정에서 인물의 마음을 생각하고 감정을 찾아낸다”   


배우가 감정을 대입 할 수 있는 재료만 찾는다고 해서 공감하는 인물이 될 수는 없다. 재료들을 배우의 정서로 부어주고 쏟아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배우에 감정의 내면을 무대를 밝힐 수 없다.


“맞다. 그것을 구체화 할 수 있는 연습을 한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재료들을 어떻게 구체화 시키고 전달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 배우는 독창적인 아우라가 있어야 한다. 그것을 하나씩 찾아간다. 선배들 연기를 보면서 많이 배운다” 


인물의 감정이 언제 구체화 되나?


“주로 혼날 때 감정이 온다” 이 말을 듣고는 웃었다.


“배우의 감정을 꺼내 놓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배우의 한계까지 밀어붙여서 감정의 바닥까지 들어내면 배우의 감정은 여러 각도로 색칠할 수 있다. 연출은 그것을 기대하는 것 아닌가?”


“내가 열심히 작업하는 이유다. 한계까지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감정을 칠 할 수 있는 바닥이 보인다. 귀중한 경험이다. 절박한 고생을 안 해봤다. 극단 생활을 하면서 얻어지는 이러한 경험은 새롭다. 난, 이윤택 선생님과 잘 맞는다”


배우가 구체적인 인물을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집중과 몰입, 경험, 극한의 한계성과 배우의 절박함중 배우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을 다 합쳐서 절정의 순간을 만드는 것 같다. 저는 집중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고, 능력에도 그런 것 같다. 그러나 절박함에서 오는 한계에서  배우로써 내 정서는 움직여지는 것 같다”
          
주어진 인물과의 처절한 싸움은 배우에게 질기고 견디어내기 어려운 과정이다. 견디어 내고 풀어내면 관객은 감동 할 수밖에 없다. 감정을 꺼내놓는 방법의 차이가 곧 배우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차이의 강렬함은 버릴 수 없는 배우로써 존재에 대한 맛이다. 연극배우라는 직업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윤정섭은 무대에서 자신을 들어내지 않으려는 태도가 좋았다. 강조가 없으니 인물이 더 깊이 있게 살아 숨 쉬었다.


작품을 할수록 힘이 빠지는 것 같다. 좋아 보인다. 배우는 힘을 빼고 감정의 근육만 움직이게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배우로써 이 단계를 넘어서는 단계인 것 같다. 그런데 이 과정을 넘어서고 마음으로 감아내지 못하면 그 상태인 배우가 된다. 어떻게 생각하나?   


“배우로써 인물을 표현하는 것은 여러 과정이 있다고 생각한다. 감정은 깊숙한 내면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은 편해 보이지만 보이지 많은 감정의 근육은 뜨겁게 달구어져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정섭은 고등학교에서 연극을 전공했다. 연기에 흥미를 갖지 못했다. 일반과목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자다가 선생님한테 혼나고는 연기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고3때 일이다. 


“엄청난 에너지로 혼내시는 겁니다. 야단을 맞았는데 그 눈빛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거예요. 그때 혼나면서도 연극배우라는 것은 저런 것이구나 라고 처음으로 생각했어요. 그 일을 계기로 배우가 되어야 겠다는 동기가 확실하게 된 겁니다” 


“배우로써 앞으로 넘어야 할 것이 있나?”그는 말을 꺼내면서 고개를 숙이고 입은 틈틈이 다물었다. 두 손 바닥을 대고 원을 그리면서 느리게 말을 이어갔다.


“제가 표현하는 인물의 겉모습만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생각 합니다. 인간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느낌과 시선으로 감정을 담아내고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배우가 무대에서 존재 했을 때 관객의 시선은 배우한테 향하는 것 같다. 저 배우가 진실한지 거짓말을 하는지 기술만 갖고 표현하는지를 단번에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시선들이 무섭고, 열심히 하는 이유가 됩니다. 배우는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좋아하고 닮고 싶은 배우는 ‘연희단거리패’에 배우 김소희이다.

▲배우 윤정섭( 사진 김건표)


“연희단거리패 선배님들은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선배님들을 다 닮고 싶어요. 그것만 다 채워넣어도 넘칠 것 같습니다. 그분들의 장점을 내 특기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합니다”


“배우는 어떤 것인가?”


이 말에 그의 긴 숨이 뱉어졌다. 시간이 제법 흘렀다. 한 마디를 툭 던지고는 다시 긴 사이가 이어졌다.


‘어...’, ‘휴...’ 두 음절이 반복적으로 느리게 흘러나왔다. 어렵게 말을 꺼내든다. “(사이) 배우는 일단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배우를 영웅적으로도 생각 할 수 있는데요. 제가 생각하는 배우는(사이) 자기하고 싶은 모든 것을 절제하고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남들에게 영혼을 주는 사람인데요. (사이) 특별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이) 잘 모르겠습니다” 


한마디를 꺼내드는 속도는 더디고 느리지만 윤정섭의 마음이 묻어났다. 


연희단 거리패에서 제법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배우로써 자부심을 느낄만한 공인된 상도 받았지만  배우의 존재는 그만큼 어려운 존재고 유통기간 없이 배우라는 직업을 버릴 때 까지 풀어내어야 할 숙제다. “맞습니다. 그 만큼 배우가 되는 과정은 더디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밀양연극축제 기간에 성벽극장에서 초연으로 올라가는 연희단거리패의 대중극 ‘’아리랑- 분담을 넘어서’( 이윤택 연출, 재구성)에서  임선규를 역할을 맡았다. 


앞으로 계획은?


“밀양연극축제를 끝내놓고 국립에서 김낙형 연출의 삼국유사 프로젝트에 출연합니다.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작

품입니다”


그가 말을 끝내놓고는 밀양연극촌 마당 주차 정리를 해야 한다면서 일어섰다. 비가 연극촌 마당을 덮었다. 입구에서 그가 연신 흔들어대는 주차 지시등을 따라 밀양연극촌을 빠져 나갔다. 이날, 그의 의상은 우비(雨備)였다. 
 

●김건표 교수(대경대학 연극영화방송학부)는 연극과 공연예술분야 평론 및 인터뷰 전문가다. 연극·뮤지컬·공연 예술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방송과 다양한 매체의 신문을 통해 공연예술가들의 인터뷰와 작품리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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