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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표교수의 공연예술산책

폭염을 녹이는 밀양여름연극축제에 가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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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락현기자 |  2014.07.29 17:34:28

▲밀양백중놀이가 개막을 알리고 있다.(사진/김건표 교수)


연희단거리패 이상주의 공동체 정신 만든 밀양의 걸작 “밀양여름연극축제” 


△ 제 14회 밀양여름연극축제를 가다


밀양으로 가는 길은 무더웠다. 연일 폭염은 작은 움직임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70km를 달려 밀양IC에서 통행료 영수증을 챙겨주는 분에게 ‘밀양연극촌’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문틈으로 고개를 길게 내밀었다. “밀양연극촌 오셨어요. 밀양IC에서 10분이면 도착하실 수 있습니다” 방법을 총 동원해서 길 안내를 한다.


축제개막이 세 시간정도를 남겨두고 있었다. ‘밀양연극촌’ 입구는 전국에서 몰려온 관객들로 붐볐다. 연극촌 마당에는 노인부터 아이들까지 섞여 자연스럽게 무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은 제14회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준비에 폭염을 막아서고 막바지 손질을 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축제준비가 공연이 된다. 무대에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대던 배우들은 주차장과 공연장소를 누비고 있었다. 시선은 강렬했고, 마당을 뛰는 움직임은 속도를 냈다.


자전거 한 대가 섰다. 밀짚모자를 눌러쓴 이윤택 연출가(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가 내렸다. 작가 이중섭의 생애를 그린 연극 “길 떠나는 가족”을 끝내고는 그도 밀양으로 날아왔다.


‘길 떠나는 가족’은 1991년 초연 당시 그가 첫 연출을 맡으면서 각종 연극상을 휩쓸었다. 관객과 평단의 찬사가 이어졌다. 23년 만에 명동예술극장에 돌아온 이윤택 연출 이의경 작 길 떠나는 가족은 시간이 흘러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무대에 서 있었다. 연출가는 현재의 관점으로 이중섭을 그려내고 불러냈다. 그렇게 그려낸 이중섭은 더욱 세련되어 있었다.


길 떠나는 가족에서 오브제로 활용된 그의 연극적인 소품들은 밀양연극촌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 밖에도 이번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에서는 ‘연극무대’와 ‘오브제’라는 주제로 기획전시를 하고 있다. 관람객들의 시선을 끄는 것은 연극 ‘궁리’의 무대와 이중섭의 체온을 느끼는 작품들이다. 

▲이중섭의 생애를 다룬 길떠나는 가족 소품 전시실.(사진/김건표 교수)

이윤택 작, 연출의 연극 ‘궁리’는 장영실의 해시계를 전체 무대디자인으로 구성해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이 작품의 예술적인 무대구조를 그대로 솟대극장에서 상설 전시고 있다. 관람객들은 밀양연극촌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을 만들어 낸다.   


이윤주 연출의 연극 ‘안데르센’에 등장한(길동무, 미운오리새끼, 인어공주인형, 성냥팔이와 놋쇠병정, 푸시케)에 등장한 인형들 전시는 카메라를 꺼내들게 만든다. 다양한 작품의 배우의상을 입어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배려한 배우되기 포토 존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고 있었다.      


자전거에서 내려선 이윤택 연출가와 연극촌 마당을 걸었다. 그가 한마디를 한다.
“공연예술축제를 평가하는 만족도 조사에서 밀양연극축제가 평가점수 94점을 받았습니다. 최고 점수입니다” 그가 웃었다. 문예진흥기금 지원사업평가 연극분야 19개 사업 중 4개영역(계획과 비전, 사업운영 및 내용, 운영성과, 예술기여도)에서 유일하게 A등급을 받은 것은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가 유일하다. 관객호응도와 참여는 운영성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 만큼 밀양연극촌에서 연극축제를 즐기는 관람객들의 만족도 높다는 얘기다.
축제개막작으로 초청된 모노드라마 ‘벽속의 요정’의 배우 김성녀 씨는 공연 전 인사말에서 “밀양 연극촌에 와서 두 번 놀랬습니다. 밀양을 연극의 축제도시로 거대하게 키워낸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의 열정에 놀랐어요. 두 번째는 밀양시민들이 연극을 즐기고 감상하는 수준이 높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말이 끝나자 성벽극장을 꽉 채우고 있는  1천여석의 시민들 박수가 터졌다.


연희단거리패가 지역과 시민들을 위해서 14년 전에 자발적으로 시작한 밀양여름축제 성적표는 매우 높다. 이제는 연희단거리패의 자체적인 축제를 떠나 밀양과 전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축제로 성장했다.  이 축제를 기획하고 연출하고 있는 것이 이윤택 연출가이고, 축제를 더욱 시민축제를 모양을 내고 있는 것은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다. 연극 하나로 밀양연극촌에 모여들었다. 연극을 위한 아름다운 이상주의 공동체 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였다.


△ 이윤택 연출의 성공작품, 밀양여름연극축제


축제의 시대다. 전국의 지자체에서 높은 예산을 쏟아 붓고 있으면서도 지역의 대표적인 얼굴로 만들지 못한 공연예술 관련 축제는 많다. 그 만큼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는 지자체의 얼굴이 된다. 얼굴은 매일 씻고 닦아야 윤기가 흐른다. 축제도 관심의 손길이 없으면 피부는 탄력을 잃게 된다. 그게 얼굴이다. 


세계적으로 뿌리가 깊은 지역 축제는 전 세계에서 비행기를 타고 한 순간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몰려든다. 지자체는 예산을 마련하고, 축제관계자들은 감동을 만들어낸다. 그 가치는 투자 예산의 수백 배의 역할을 해낸다.


지역문화축제 육성과 투자가치를 따지는 통계자료를 보면 매년 13억 이상을 투자하고 10년 이상을 지켜내면 지역 축제는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이 될 수 있다.


단, 기획력과 그것을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단체와 공연프로그램들의 참신한 발상이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예술문화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그 만큼 클 수밖에 없다.


해마다 이 축제에 참여하는 관람객은 3만~5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 축제를 넘기면  70만 명 가량이 밀양여름연극축제를 즐기게 되는 셈이다. 1인당 5만원정도를 축제 기간에  소비한다고 가정 한다면 그 경제적 소비량은 무시할 수 없는 수치가 된다.


밀양 작은 폐교에서 한 극단에 의해 자발적으로 시작된 이 축제의 성공의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투자는 단원들의 열정으로 쏟아냈고, 그 결실의 감동은 클 수밖에 없다. 밀양시 지자체의 관심도 클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만큼 밀양여름연극축제는 밀양의 대표적인 축제가 됐다. 축제의 얼굴은 밀양이고, 얼굴을 윤기 나도록 씻겨내고 있는 것은 단원들의 땀이다.  
 
옆에 있던 시민이 말을 거든다. “이 밀양에서 이렇게 신명나게 즐기고 볼 수 있는 축제는 밀양여름연극축제가 유일해요. 연극이 뭔지도 몰랐는데 이제는 공연 보는 것이 즐거워요. 이 축제 때문에 타지 사람들이 해마다 몰려오고 있어요. 고마운 일이죠. 밀양이 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요”
 
세계적인 규모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마련되면  세계적인 축제로도 가능하다. 그만큼 성장해 있다.


이윤택 연출가가 말을 꺼낸다. “연희단거리패의 연극공동체 정신 하나로 출발한 이 축제를 이젠 안 할 수도 없습니다. 손해를 봐도 해야 합니다. 연희단거리패의 운명적인 축제인겁니다. 그 만큼 성공적인 시민축제로 성장 한 거예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축제를 더욱 키워서 세계에서 밀양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가능한 일이다. 

▲밀양백중놀이(사진/김건표 교수)


그가 연출한 작품 중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밀양연극촌’ 이고, ‘밀양여름연극축제’다.


그가 오랜 시간동안 연출하고 보듬으면서 견고한 세계적인 연극축제로 키워내야 할 작품이다.  그가 아이스크림을 사겠다고 해서 ‘밀양연극촌’ 마당에 마련된 가게 의자에 여럿이 둘러앉았다. 작은 통으로 담겨있는 구슬 아이스크림이 빠르게 흩어졌다.


그가 전 환경부 장관을 지낸 배우 손숙 선생의 애기를 꺼낸다. “손숙 선생님이 우리 밀양연극촌 명예이사장님으로 추대가 되셨어요. ‘밀양연극촌’과 ‘밀양여름연극축제’에 대한 열정과 마음이 대단 하신 겁니다” 그의 말을 듣는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앞으로 밀양연극촌과 연극축제에 작가 윤대성 선생님을 위한 희곡상도 제정 할까 합니다. 이미 선생님도 좋다고 말씀을 하셨어요. 우리나라 연극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신인 연출가도 발굴하고, 선생님의 작품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연이 되어야 해요. 선생님의 작품 ‘출발’을 제가 배우로 출연 한 적이 있어요. 이제는 그 작품을 제가 연출하고, 당시에 배우로 출연했던 신구 선생님을 비롯한 연기자들이 참여해 윤대성 선생님의 작품을 만들면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겁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밀양연극촌 촌장인 하용부(중요무형문화재 제68호 밀양백중놀이 예능보유자)씨가 밀양연극촌 야외무대인 솟대무대에서 ‘밀양백중놀이’ 소리가 들린다. 주변에 서 있던 관객들이 마당으로 몰렸다. 외국인 관람객들은 서둘러 스마트 폰을 꺼내든다.


서 있는 것이 흥겹고. 보는 것이 감동을 만든다. 밀양백중놀이는 풍년을 기원하는 머슴들의 축제로 농신제, 작두 말타기, 춤판, 뒷놀이 등으로 진행되는 풍년기원제다. 밀양백중놀이로 밀양여름연극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몸짓하나 마당을 도는 움직임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두드린다. 


7월26일 ~8월1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밀양여름연극축제는 ‘연극, 소통하고 치유하라’라는 부제로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달리고 있다.
 
개막 초정공연 ‘벽 속의 요정’과 가족극 어린이음악교육극단 반달 <미운오리세끼>, 일본 극단 우린꼬 <잠든마을>, 스페인극단 <율리시즈>, 일본극단 카게보우시의 그림자극 <서유기>, 연희단거리패 <안데르센> 6편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셰익스피어 주간에 올려지는 알렉시스 부크 연출 <셰익스피어의 모든 것>, 오택석 연출의 <템페스트>, 박근형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채경 연출의 <로미오와 줄리엣 발코니 장면을 연습하다> 등 볼만한 작품 7편도 기대되는 작품들이다. 


초청공연도 놓치지 말고 봐야할 작품들이다. 극단 하땅세 유니중 연출 <파우스트>, 백민역사연극원&우리극연구소 남미정 연출의 <물고기의 귀향>, 김광림 연출의 <고백>, 윤광진연출의 <황금용> 등은 수준 높은 작품들로 매진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콜롬비아 세계연극축제에서 호평을 받은 연희단거리패의 <피의결혼>을 비롯한 6편도 더욱 감동 있는 무대로 준비하고 있다.


젊은연출가전으로 출품되는 9편과 대학극전 5편 등 국, 내외 작품 40여 편이 밀양여름연극제를 달구게 된다.


마당을 누비고 다니는 배우 김소희씨와 마주했다. 무대에서의 광기 넘치는 시선과 움직임은 그대로 밀양연극촌 마당으로 향하고 있다. 주어진 역할을 녹여내는 집중력을 축제 준비에 쏟고 있었다.      

▲김건표 교수.


●김건표 교수(대경대학 연극영화방송학부)는 연극과 공연예술분야 평론 및 인터뷰 전문가다. 연극·뮤지컬·공연 예술문화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찾아다니고 있다. 방송과 다양한 매체의 신문을 통해 공연예술가들의 인터뷰와 작품리뷰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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