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여행’, c-프린트, 이탈리아 친퀘테레, 2013. (제공=갤러리 담)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 ‘세기말 블루스’ 등으로 유명한 시인이자 사진작가 신현림의 사진전이 열린다.
자신이 살았던 아파트 주변 일상의 풍경을 낯설고 기이하게 변주한 2004년의 첫 전시 ‘아我! 인생찬란 유구무언’, 2006년 ‘작아지고, 멀어지고, 사라지는 사람들’, 2011년 ‘사과밭 사진관’에 이은 네 번째 개인전이다.
신현림 작가는 사과나무밭 풍경에 반해서 사과를 주제로 한 작업을 10년째 해왔다. 그녀는 세 번째 전시 ‘사과밭 사진전’으로 2012 울산국제사진페스티벌 한국작가에 뽑히기도 했다.
신 작가는 10여 년이 넘게 한국과 해외 50여 국가를 오가며 여행을 다녔다. 이번 전시 ‘사과 여행(Apple Travel)’에서 작가는 여행 중 특별한 감흥을 준 장소에 사과를 놓고 사진을 찍었다.
그동안 도시 풍경에서 바다로, 다시 사과밭으로 대상은 달라졌지만, 작가는 일관되게 ‘살아 있는 생물이나 사물들뿐만 아니라 그 인연의 기묘함’과 ‘자연과 내면적으로 깊이 이어진 몸’을 작업을 통해 보여줬다. 이러한 ‘신현림식 존재 성찰하기’를 이번 전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사과 여행’, c-프린트, 운주사, 2012. (제공=갤러리 담)
작가는 자신의 분신인 사과를 놓고 제사장처럼 제의를 치르듯 풍요를 기원하였다. 그리고 길과 길에 스며있는 수많은 전설과 신화, 시,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을 일깨우려 한다. 작가는 “스스로 다시 깨어나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여행, 사랑을 담는 여행으로 생명의 중요성을 되살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는 곳마다 해와 바람 속에서 풍경과 나무의 존재에 감사했다. 책임지지 않는 인간의 손길과 발길로 다치거나 아픈 풍경 앞에 ‘미안합니다’, ‘용서를 빕니다’ 하고 사과를 했다. ‘자손들이 잘 살 수 있는 땅이 되도록 애쓰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이번 작업은 자신이 숨쉬고 느끼고 끔찍이도 사랑하는, 인생과 자연 그리고 지구에 대한 신현림 작가 자신의 감사와 치유의 여행, 기도하는 순례의 여행이었을 것이다.
정공법으로 초현실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까지 담아낸 80여 점의 독특한 컬러 사진 작업을 선보이는 신현림 작가의 네 번째 개인전 ‘사과 여행’은 사진집 출간과 함께 서울 종로구 안국동 소재 갤러리 담에서 7월 23일부터 8월 3일까지 진행한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