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미터 길이의 희귀 고문서 ‘해유문서(解由文書)’ 전체 모습. (제공=국립중앙도서관)
“편전은 명쾌하고 신묘하고 강력하길 따를 활이 없다.”
영화 ‘역린’에서 정조가 환궁하는 길에 염탐하는 자의 기척을 느끼고 편전(대나무통에 넣어서 쏘는 매우 짧은 특수한 화살, 일명 애기살)을 쏘면서 한 말이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임원선)이 새롭게 공개하는 정조 9년(1785)의 고문서를 보면 편전은 정조 자신이 좋아했던 화살이기도 하지만, 멀리 함경북도의 진영에서도 널리 사용된 화살임을 알 수 있다.
이 고문서는 함경북도 길주목(吉州牧) 소속 서북진병마첨절제사(西北鎭兵馬僉節制使) 윤빈(尹鑌)이 벼슬에서 교체되면서 작성한 길이 7미터에 달하는 해유문서(解由文書)이다. 해유문서란 조선시대 관리가 교체될 때 후임자에게 업무를 인계하면서 작성하는 문서를 말한다.
무기류, 병서류, 군량미에 이르기까지 모두 350여 항목에 이르는 내용을 세세히 기록하고 있는 이 고문서는 특히 300여 종에 이르는 무기류의 현황이 흥미롭다. 무기류를 궁시(弓矢: 각종 활과 화살), 화약병기(火藥兵器類: 총통, 조총, 화약, 탄환, 폭탄, 화약심지 등), 사살무기(射殺武器: 창, 칼), 신호장비(信號裝備: 징, 북, 취라, 각종 깃발), 방어장비(방패, 마름쇠) 등으로 상세히 구분하고 있다.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거치면서 국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18세기에 들어 국가 방위를 한층 강화하고자 했다. 특히 정조는 즉위년부터 국방력의 강화를 강조했다. 조선 후기는 남방의 왜구보다 북방의 여진족에 대한 위협이 점차 증대하였던 시기여서 이 고문서를 통하여 당시 북방 군사력의 실체를 알 수 있다.
한편, 현존하는 조선시대 해유문서는 100여 건으로, 이 가운데 지방 무관직 관원의 해유문서는 7건으로 매우 적은 수량이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함경도 지역의 고문서는 학계에 보고된 것이 없는 상황이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