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 ‘Demolition Site 01 Inside’, 피그먼트 프린트, 120×160cm, 2013.
올해로 3회를 맞는 사진전 ‘사진 미래色 2014’가 부산 해운대구 중동 소재 사진 전문 미술관인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에서 열린다.
제6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에서 올해의 최종작가로 선정된 정지현과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지영철이 참여한다.
먼저 정지현 작가의 ‘Demolition Site’는 도시 재개발 철거현장에 작가 자신이 남긴 흔적을 담아낸 작업이다.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도시 재개발 현장은 이제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 되었지만, 어느 순간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정지현 작가는 재개발 현장에서 철거를 기다리는 건물 중 하나를 선택해 건물 전체가 아닌 일부 공간을 빨간색 페인트로 칠한 뒤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건물이 철거된 후 본래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잔해 속에서 자신이 칠해둔 빨간색 페인트의 흔적을 찾아 다시 한번 기록했다.
이 기록은 단지 처참한 철거 현장을 증언하기보다 개인의 시각에서 담은 한 건물의 조형적 디테일을 보여준다. 그의 객관적인 시선은 작가가 공간의 상실에 대한 감정적 접근보다 기억의 매개가 되는 공간의 특수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영철, ‘38.00.00’, 젤라틴 실버 프린트, 50x100cm, 2013.
반면 지영철 작가의 ‘north latitude 38°’는 편의적으로 나누어진 공간, 경도와 위도라는 좌표체계가 만들어낸 공간을 들여다보고 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위도와 경도는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대륙을 하나로 묶기도 하고 하나의 대륙을 나누기도 한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위도와 경도의 선들 중 특히 북위 38도선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만난 지점들을 촬영했다. 우리에게 북위 38도선은 남과 북의 분단이라는 민족의 아픈 역사를 상징할 것이다.
그렇다면 같은 위도 상에서 살아가는 다른 지역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관객은 북위 38도선을 따라 우리나라를 거쳐 중국, 일본, 미국 등으로 이동하며 우리와 닮은 듯 다른 풍경들을 만나게 된다.
그곳에는 우리처럼 아픈 역사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냥 평화로운 일상의 공간들이 펼쳐지기도 한다. 관객은 작품에서 각 나라의 사람들이 그 지역의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문화를 사는 모습을 보지만, 또 비슷한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고 느끼기도 할 것이다.
이번 전시 ‘사진 미래色’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진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연례 기획전시로, 고은사진미술관이 주관하고 KT&G 상상마당이 주최해 한국사진의 토대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