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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 공연계 이제는 ‘상생 위한 대화’ 시작해야

불황 속 해묵은 구조적 문제들로 갈등 고조, 급기야 공정위 제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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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안창현기자 |  2014.07.21 13:56:26

▲문화부 안창현 기자

“가뜩이나 불황이었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투자조차 원활하지 않다. 공연도 올리지 못하고 취소된 작품들도 많다. 국내 몇 안 되는 메이저 뮤지컬 회사 한 곳은 이미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고, 투자사들도 뮤지컬에서 손을 떼려 한다.”

지난 1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의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뮤지컬계의 대부로 통하는 설도윤 한국뮤지컬협회장은 현재 공연계가 ‘사상 유례없는 불황’이라고 진단했다.

세월호 참사, 월드컵 특수, 공연계 내부의 공급과잉 등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이제 조금씩 산업화 과정을 거쳐 한류의 물결을 타고 수출까지 타진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업계는 불황 속에 공연시장의 해묵은 구조적 문제들로 시름하고 있다.

또한 공연시장 불황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별다른 실효성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연계에 출연한 기술보증기금 100억 원이 있지만, 정작 대출 조건을 맞출 수 있는 제작사는 두세 군데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급기야 불황 속 공연계 내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일부 제작사들이 국내 공연티켓 예매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한 인터파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공연제작사들은 인터파크가 제작사의 규모에 따라 수수료에 차등을 두고 있다는 점을 우선 문제 삼았다. 또한 인터파크에 독점으로 티켓 판매를 위탁한 공연만 예매 순위 상위권에 올라 관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측면도 지적했다.

그리고 이 와중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 올해 초부터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연티켓 통합전산망’ 문제다. 일부 공연계 인사는 인터파크가 뮤지컬이나 연극 등 공연시장의 통계를 내는 통합전산망 구축을 방해하고 있다며 직접 인터파크를 겨냥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 중인 티켓 통합전산망은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2017년까지 전국 국공립과 민간 공연장 전체로 망을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업계 내 이해당사자들의 이견과 참여부진으로 현재 운영에 곤란을 겪고 있다.

영화의 경우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통합전산망 시스템을 통해 국내 모든 영화관의 영화별 관객수와 매출 등이 실시간으로 집계, 공개된다. 이런 공신력 있는 시장 상황과 통계가 공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국내 공연시장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건전한 공연계의 성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물론 공연산업의 특수성 또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영화와 달리 공연티켓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무료초대권 또한 많다. 다양한 티켓 예매 사이트에서는 저마다 예매 및 발권 방식이 다르기도 하다. 공연계에서 일괄적으로 통합전산망을 운영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소는 적지 않다.

하지만 공연계에서 통합전산망 구축의 필요성과 취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었다. 누구도 한국 공연계의 투명하고 건전한 시장 형성을 위해 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는 것에 이견을 달지 않는다.

영화 입장권 통합전산망을 구축하는 데도 1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점을 상기하자. 공연계에서 상생을 위한 대화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모두가 불황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서로 고통을 분담하고, 열린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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