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용산 화상경마장 건물 앞에서 용산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의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는 화상경마장 개장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안창현 기자)
서울 용산에 임시 개장 중인 마권 장외발매소, 이른바 화상경마장을 둘러싸고 한국마사회 측과 지역주민들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7월 18일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마사회의 화상경마장 기습 개장을 규탄하고,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 반대와 도심 내 화상경마장 문제 해결을 위한 전국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제안했다.
대책위는 “마사회가 수익증대와 국민레저증진을 위한다는 미명하에 전국 16개 도시에서 31개의 화상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화상경마장들이 도심 한가운데 있어 도박중독 유발과 유흥업소 밀집으로 인한 교육환경 파괴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대전 월평동 주민들이 참여해서 1999년 화상경마장이 생긴 이후 주변에 안마방, 성인오락실 등 유흥업소가 생기는 등 주거 및 교육환경이 훼손된 월평동 지역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대책위는 “지역 상황은 악화되는데, 마사회는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화상경마장을 줄이거나 도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신규설치와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이제는 용산뿐 아니라 화상경마장이 입점한 전국 각 지역의 피해실태를 조사하고, 자치단체와 연계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책위는 서울서부지법이 한국마사회의 ‘영업방해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통보한 화해권고결정에 대해서 마사회 입장을 일방적으로 되풀이한 것이라며 이의신청을 제기할 뜻을 밝혔다.
법원은 지난 16일 화해권고결정에서 마사회가 10월 말까지 용산 화상경마장을 시범운영하되, 그동안 학습권이나 주거환경 침해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주민들과 신중하게 협의해 영업행위를 재고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마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방안을 찾아갈 것”이라며 법원의 화해권고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사회는 시범운영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위해 정부와 국회, 주민 대표가 참여하는 평가위원회를 운영하고, 추가로 인근 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해소하기 위해 등교일에는 화상경마장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18일 기자회견에 함께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도심 한가운데 화상 중계 도박시설이 지역주민들의 생활권과 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며 “먼저 용산 화상경무장 폐장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을 추진하고, 8월 국정감사에서 마사회 측에 문제해결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사진=안창현 기자)
마사회 측은 “대책위와 상호 신뢰회복을 하는 것이 우선이며 이를 위해 열린 마음과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용산 대책위의 주민들은 “마사회가 지금까지 보인 태도는 매우 일방적이었고 어떤 소통의 의지도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의 주민들은 “마사회는 6월 23일 화상경자장을 기급 개장했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우려해 국가권익위원회가 마사회에 이전 철회를 권고한 지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지금까지 마사회는 자신들 입장을 그냥 밀어붙이면서 대화하려는 태도를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마사회 개장 철회를 요구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나 정의당 심상적 원내대표, 서울시와 용산구까지 마사회 개장을 다 반대했지만 마사회는 시범운영 이후 문제가 생기면 문을 닫겠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사회가 운영 중인 전국의 화상경마장들에서 이미 수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시범운영은 지금 상황을 모면하고 정식으로 개장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 권익위 권고 이후에 바로 개장을 단행하는 것을 보면 마사회의 태도가 어떤지 알 수 있다”며 밀어붙이기식 태도로 일관하는 마사회를 비판했다.
또 “언론에는 그동안 14차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여러 차례 대책위 대표들과 면담을 하는 등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위 누구도 그런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다. 도대체 접촉한 주민 대표들이 누군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겸한 반대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마사회는 화상경마장에 반대하는 평범한 지역주민과 학부모들을 전문 시위꾼으로 매도하고 있다. 3~4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해서 문제가 있는지 평가한다고 하는데, 누가 어떻게 평가하지 의심된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 화상경마장 찬반토론회를 연다고 해서 갔는데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도 다 마사회에서 섭외하고 대책위에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냥 형식적인 절차만 갖추려는 의도다. 시범운영에 대해 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게 화상경마장이 개장한다면 그 이후 벌어질 일들은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고 말했다. (CNB=안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