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영, 오윤석, ‘Hello’, 사운드 설치, 340×600×80cm, 5분 20초, 2014. (제공=포항시립미술관)
소리로 이루어진 조각(sound sculpture), 소리로 디자인한 설치(sound installation)는 어떤 형태를 가질까?
현대예술에서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되는 가운데 비물질적인 ‘소리’를 적극 활용하는 사운드아트(sound art)는 아직 일반 관객에게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공연장이 아닌 미술관에서라면 더욱 그렇다.
일정한 공간을 점유하는 다른 유형의 시각예술과 달리 사운드아트는 물리적인 소리와 함께 듣는 행위, 시각적인 요소 등을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 소음(noise)뿐 아니라 신체가 내는 말소리나 웅얼거림, 일상에서 듣는 자연의 소리 등은 전시장의 공간을 확장하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청각과 시각 및 공간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포항시립미술관의 기획전시 ‘소리, 공간을 조각하다’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듣는’ 청각적인 특성을 시각적인 ‘보다’와 연결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을 모색했다.
이번 전시에서 참여한 김승영 작가는 소통과 기억을 주제로 소리와 미디어를 연결했다. 사운드 디자이너 오윤석과 협업한 작품은 ‘바벨탑’을 모티브로 인간의 오만한 행동을 상징하고 있다. 김영섭 작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를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소리 채집가’이다. 그는 일상의 갖가지 소음, 언어 등을 도시 사회의 잉여물로 생각해 그것을 채집하고 시각화한다.
또한 정교하게 가공된 금속 소재의 부품들을 조립해 기계음이 발생하는 독특한 사운드 조각을 선보이는 김병호 작가나 인간의 신체 기관을 구조화한 스틸 파이프에서 숨소리나 심장 박동소리를 들을 수 있는 ‘The Cube’의 심준섭 작가 등 참여 작가들은 사운드아트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장르와 기술이 융합되면서 멀티미디어적인 성격이 강한 사운드아트를 아직은 낯설게 느낄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작품을 체험하면서 공감각적인 교감을 느끼게 해줄 것이다. 포항시립미술관 1, 2 전시실에서 9월 28일까지 진행한다. (CNB=안창현 기자)